▲서 시장 앞 거리에서 몰카 장면서 시장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고모와 조카들의 이야기 장면 몰카.
윤병하
서 시장 주변을 서성거리다 들어선 식당. 아이들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선택권을 주었다. 그림을 보고 선택한 메뉴는 고작해야 자장면과 만두. 다른 것을 권해보았지만 무슨 맛인지 모른다며 고개를 흔든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거리도 익힐 겸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버스 요금은 1위안이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160원 정도다. 예년에 비해 한국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버스는 만원이다. 오전에 비해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거리도 붐빈다. 차창에 보이는 연길시의 거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버스 앞을 가로막는 차가 있어도 운전기사는 별 반응이 없다. 경적을 울리며 돌아가는 것이 전부다. 조금 지나자 택시 한 대가 중앙선을 가로질러 버스 앞으로 끼어든다. 반응은 마찬가지다. 버스 역시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지만 교통경찰도 무반응이다.
1인당 500위안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니...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집에 들어서자 사고가 발생했다. 이미 한 달 전에 연변에 와 있었던 가족이 파출소에 체류 신고를 하지 않아 1인당 500위안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는 이야기를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들은 것. 화부터 치밀어 올랐다.
이유인즉,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3일 이내에 반드시 해당 파출소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전에는 친지 방문만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외국인이 다 그래야 한다고 했다. 억울했다. 심양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 전화를 했더니 하루에 50위안씩 벌금을 내는 것은 맞다고 했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영사관 직원이라는 최아무개(여)씨는 영사관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왜"라고 묻기도 싫었다. 그것은 당연히 개인의 문제라는 말투였다. 이것을 기사화 하겠다고 하자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그것이 고작 해당 파출소에 가서 몰랐다고 사정을 해 보라는 것이 전부였다.
본국에 항의하겠다고 했다. 왜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는지를 묻자 입국할 때 공고판에 나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공고판은 연변공항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교통상부에서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어디에도 그런 문구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직무유기다. 영사관 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중국을 여행하는 모든 한국인에게 미리 알려 주어야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가 아니겠는가!
한참을 지나자 영사관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우선은 반가웠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호텔에 투숙한 여행객은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쓸데없는 전화였다. 오히려 화가 났다. 비싼 비용을 주고 호텔에서 투숙한 외국인은 괜찮고 민박이나 값싼 숙소를 이용한 여행객은 당해야 한다는 논리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 더, 본국에 이 사실을 보고 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도리가 없었다. 이것도 여행객 본인의 잘못이라는 영사관 직원의 말투가 너무나 속상했지만 내일 도문 지역 방문을 위해 참기로 했다. 내일은 우리의 북녘 하늘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위안삼아 오늘 일을 잠시 접기로 했다. 내일의 북녘 하늘을 기약하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