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천마을에선 대부분 연탄을 땐다. 연말이 되면 구호단체가 연탄을 주는 단골마을이기도 하다.
조정래
마을 입구에 녹천노인정이 있다. 원두막 같은 모양이다. 몇 발자국 옮기니 이번엔 녹천경로당이다.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길은 좁아서 자동차가 들어가기 힘든 넓이다. 흑백사진에서 볼 수 있는 골목 형태다. 바닥은 보도블록. 길가엔 다 써서 모양이 누렇게 변한 연탄이 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집 앞마다 연탄 더미다. 집 안 마당엔 어느 집이든지 연탄이 가득가득하다. 동네 어르신 한 분에게 물어보니 이 동네는 모두 연탄을 쓴다고 한다. 한 때 기름보일러로 바꾸기도 했지만, 기름 값이 비싸 다시 연탄으로 바꾸었다고.
동네 가운데 집 한 채가 타 한창 수리 중이다. 자세히 보니 벽 재료가 짚과 황토다. 해방 이전엔 동네 집이 대부분 초가집이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 흔적인 듯하다.
아주 오래된 화장실도 보인다. 나무로 벽을 만들었고 집 밖에 나와 있다. 과거 화장실은 방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고 믿었다. 그 시절 지은 집 화장실은 마당 한 귀퉁이에 있었다. 방에서 멀리 떨어뜨리려다 집밖까지 내몬 화장실을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장에선 닭이 눈을 두리번거리며 '구구'거렸다.
산 쪽으로 올라가니 동네가 한눈에 보인다. 밭에서 한 어르신이 땅을 일구는 모습을 봤다. 어르신이 마을 유래와 영의정 이유에 대해서 한참 설명한다. 어르신은 산기슭에 정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이유의 정자였을 거라고 추측했다.
어르신은 동네 역사를 훤히 꿰고 있었다. 창동을 과거 유만리이던 시절, 산 뒤에 여승 3명이 살던 절 등 동네 역사를 풀어놓았다.
어르신에 따르면 이 동네 집들은 대부분 70년 이상 된 집들이다. 동네 바깥쪽에 있는 한옥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무엇을 심고 있는지 물었더니 '무'란다. 사람들이 몰래 많이 가져간단다. 가져가도 그러려니 한다고. 그 사람들보다는 자신이 더 많이 먹지 않냐면서. "나중에 무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허허' 웃으면서 "들키지만 마시요"라고 말한다.
가게 앞 쉼터, 마을 주민 들렀다 가는 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