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 물을 공급하는 장면.
김병기
이 대통령과 박 교수 등을 비롯해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수질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강변여과수' 즉, 간접취수 방식을 제시한다. 막대한 양의 수돗물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무조건 "선진국에선 간접취수 방식을 사용하고, 수질도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치 교수는 "간접취수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좋은데 3200만명이 먹는 물이라면 스케일이 너무 크다"면서 "그걸 이용하려면 습지를 조성해야 하고, 여과층의 필터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운하를 건설해 습지를 파괴한 뒤, 식수를 구하려고 습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운하를 건설해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어느 정도일까? 그는 "그쪽의 전문가는 아니다"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운하 건설 비용과 유지비용, 환경을 파괴하고 보수하는 비용 등을 따져보면 엄청난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치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건설하다가 중단된 '관통바지 운하'를 예로 들었다. 반도형태의 플로리다의 중앙을 관통해 대서양과 멕시코만을 잇는 이 운하는 1935년에 착공됐지만 71년에 중단됐다. 28%의 공정을 마친 상태였다.
미치 교수는 "이 운하는 한반도와 비슷한 형태의 반도를 횡으로 가로지르는 운하였는 데도 경제성이 없어서 폐기했다"면서 "한국의 경우 대각선으로 운하가 관통하고, 게다가 터널까지 뚫어야 하는 등 난공사인데 경제성이 있을 리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200년전에 만들어진 오아이오-이리 운하의 경우도 계속 확장하려고 했으나, 다른 수송 수단이 있기 때문에 만들지 않았다"면서 "이 곳의 지형은 평평하고, 한국은 산지인데 운하를 만들 필요가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인공운하보다 자연형 하천이 더 관광효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