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초창기부터 작업한 영화배우 포트레이트, 포스터 컷, 유학시절 스냅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상엽
잠시 불을 끄고 그의 사진작품을 감상했다. 심은하, 황신혜, 김윤진 등 당대 여배우들의 포트레이트 작품, 초창기 한국걸스카우트연맹과 저축추진중앙위원회 포스터, 88올림픽 때 서울 풍경사진, 유학시절 독일여행 중 찍은 스냅사진 등을 선보였다. 다락방 속에서 꺼낸 친구의 앨범을 들여다보는 듯 흥미를 자아내는 사진들에 100여 명의 독자들은 숨죽인 채 빠져들었다.
독일유학서 조형적 훈련, 편집과 디자인 능력 키워2부는 작가와의 대화 및 사인회로 진행됐다. "도예과 석사과정인데 선생님의 백자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고 있다", "북디자이너인데 책 만들 때 좋은 사진의 기준은 무엇인지 말해달라", "사진 디렉션의 접근 방법은 무엇인가", "이미지 독법에 대한 자신만의 잣대가 있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의 대답이다. "책에서 좋은 사진은 함축성이다. 책은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괴롭고 번거롭지만 내가 못 보는 걸 다른 사람이 보는 경우도 많다. 좋은 디자이너는 좋은 자극을 준다."
구본창씨는 인쇄매체가 요구하는 편집과 디자인 등에 능한 사진가로 통한다. 그는 비결에 대해 '조형적인 훈련'이 시각적 구성능력을 키우는데 많이 도움이 됐다며 미학적인 훈련과 경험을 평소 착실히 쌓아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유학 당시 대상을 관찰하는 방법을 아주 혹독하게 배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의자를 그리거나 찍을 때 우리는 의자만 생각하지만 독일에서는 의자를 둘러싼 바깥을 생각하도록 부단히 훈련했습니다. 또한 인물사진의 경우 눈코입 등 보이는 것만 찍으려 애쓰지 말고 동시에 양쪽과 전체를 봐야 합니다. 대개는 대상을 지식으로 해석하는데 어느 순간 지식을 버려야 합니다. 기존 관념을 버리고 제로에서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접근하고 관찰해야 이해하는 게 생깁니다."서릿발 같은 형형함과 무욕의 절제미, 실존에 대한 진한 연민이 공존하는 구본창의 사진은 이 같은 고된 감정훈련과 노동의 산물이었다. 어느 순간 셔터를 누르면 내 생각과 동시에 사진을 찍히는 느낌이 들더라는 '사진대가'의 고백에 힘차고 따뜻한 박수가 더해지면서 작가와의 대화가 마무리됐다.
사진문화, 소비돼야 재생산 된다 "갤러리도 대형서점도 아닌, 작지만 향기 있는 서점에서의 행사가 신선했다"며 "이런 자리가 너무 값지다"고 그는 평했다. 열화당에서 나온 사진가 시리즈 책자 1쇄 이천부가 나가는데 2년이 걸렸다면서 "사진작가의 작품집도 서태지의 신보처럼 판매 당일에 매진되는 날이 와야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곳 이음아트에는 사진책 천여 권이 구비돼 있다. 대표 한상준씨가 원래부터 사진을 좋아해 개인적으로 모은 것이다. 한상준씨는 일본에 갔을 때 '문화의 깊이'를 보고는 놀래고 왔다며 우리도 한 겹 한 겹 층을 쌓고 넓혀가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 및 사회를 맡은 이상엽씨도 "모든 문화는 소비돼야 재생산 된다"며 행사의 의미를 되짚었다.
"우리나라 디카인구가 천만을 넘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지만 사진집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비싸다는 이유를 대는데 사진책값은 BW필터 한 개 값에도 못 미칩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사진책이 팔리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사진작품이 팔렸죠. 20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의 20~30대부터 조금씩 문화를 소비하고 누리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죠. 이렇게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가까운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진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