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을 볼 때 마다 딸아이의 모습을 그렸었습니다.
임윤수
구불구불한 산길, 알록달록하게 봄꽃이 피어있는 산사로 가는 길로 들어서니 웅크린 듯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던 아이가 자세를 잡습니다. 딸아이의 생에 있어 새로이 맞게 될 절집 생활이 멀지 않았음을 마음으로 감지하고, 감지한 마음이 몸을 반응하게 한 모양입니다.
저수지에 담긴 산모롱이까지 돌고나니 가고자 하는 산사가 멀지 않았습니다. 수백 차례는 족히 다녀간 산사지만 딸아이가 출가생활을 할 곳이라는 마음으로 봐서 그런지 아름드리 소나무도, 항상 있던 바위덩이도 달리 보입니다.
아이가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이 담긴 가방을 실었기에 여느 때와는 달리 절 안까지 차를 몰고 들어갔습니다. 법당으로 오르는 비탈길에서 자라고 있는 벚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딸아이와 계단을 올라 법당에 들렀습니다.
익숙하기는커녕 절이 생소하기만 한 딸아이와 함께 법당에 들려 사방불에 참배를 올립니다. 제일 먼저 남방으로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남, 서, 북, 동 시계방향으로 돌며 서방으로 모셔진 아미타불, 북방으로 모셔진 비로자나불, 동방으로 모셔진 약사여래불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립니다.
절에 가 삼배를 올릴 때마다 무미건조할 만큼 아무런 바람 없이 지극한 마음으로 예경의 절만을 올리겠다고 마음먹지만 어쩔 수 없는 중생이라서 그런지 딸아이가 건강하게 생활 할 수 있게 가호를 베풀어 달라는 간절함이 저절로 배어납니다.
절을 해 본 적이 없어 서툴기만 한 둘째딸도 옆으로 서서 꾸벅꾸벅 따라합니다. 절을 하고 있는 딸아이를 지켜보고 있으려니 대견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저림이 가슴 한 편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일전에 인사를 드린 적이 있어 딸아이를 알아보신 스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지난 일요일에야 딸아이를 스님들께 인사시켰습니다. 딸아이가 가 본 절은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불국사, 가족과 함께 여행으로 다녀온 해인사가 고작이기에 딸아이에게 절이라는 곳은 생소하기만 할 것 같은데 잘 따라 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아이가 생활 할 방은 따끈따끈법당 참배를 마치고 벚나무 아래 세워 놓은 차에서 당장 입을 옷가지 몇 벌과 책 몇 권, 노트북과 스탠드가 전부인 가방을 꺼내 아이가 생활 할 방으로 옮깁니다. 널찍하고 깔끔한 방바닥엔 이불이 깔려있었고, 이불이 깔려있는 방바닥은 따끈따근할 정도로 따뜻합니다. 절집 생활을 막 시작하는 아이를 위해 스님들께서 쓰신 마음이 포근한 분위기와 따뜻함으로 느껴지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