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강재섭 대표가 박희태 김덕룡 선대위원장, 안상수 원내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18대 총선이 끝이 났다. 큰 틀에서 본다면, 총선 결과는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승리하면서부터 예상되었던 보수 세력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보수세력은 이번 총선 승리로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선거에 이어 3연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승패의 기준이 달라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한 쪽 세력이 이렇게 연승가도를 달리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선거가 끝나면 표로 나타난 국민의 뜻을 해석하고, 앞으로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뜻을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46% 안팎에 머물렀다. 국민의 표심을 이야기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모자란 수치이다. 최대 5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된 후보라 하더라도, 전체 유권자로 환산하면 불과 4분의 1도 안 되는 지지로 당선자가 결정이 된 셈이다.
설사 투표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었다 해도 표심 분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전인수가 되기 쉽다. 결과주의적인 해석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했을 때의 방송사 분석이 이후 최종 개표결과가 나오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더욱 실감하였을 것이다.
사실 전문가들의 분석이란 것도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그나마 맞는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처럼 장삼이사도 예측할 수 있는 명약관화한 것들을 빼고 나면, 적중도라는 것이 거의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신문 사설이나 승리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위대한 국민의 심판' 혹은 '절묘한 민심의 선택' 운운 하는 것은 모두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의 상을 그대로 투여하는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선거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진정한 '표심'은 아무도 알 수 없다이번 선거는 쟁점이 없는 선거였다. 대운하가 쟁점이 되려고 하자 선거 불리를 느낀 한나라당이 재빨리 발을 빼버렸다. 그 바람에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는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되어버렸다. 공천갈등이라는 변수가 나비의 날개 짓처럼 태풍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총선에 가장 영향력이 큰 균열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박근혜의 반발은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서울에서는 역대 최대의 승리를 한 반면에, 영남에서는 무소속과 친박연대에 많은 의석을 내어주는 내용적인 패배를 기록하게 되었다. 한나라당이 아슬아슬한 과반 턱걸이를 함으로써 주류세력인 이명박 계열은 단독 과반이 어렵게 되어 박근혜 전 대표의 협력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국민이 마음속으로 의도한 결과인지는 극히 불확실하지만, 절묘한 분할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이번 총선 승리의 영광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가 차지한 셈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기반은 수도권과 영남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청권에서는 단 한 석을 제외하고 전멸 했고, 강원도에서는 8개 지역구 중에 불과 3석, 제주도에서는 3석 모두를 통합민주당에 내주었다. 지역적인 외연으로 볼 때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 비해서 지지기반이 오히려 축소가 된 셈이다.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서부터 확인된 사실이었지만, 당원 등 전통적 지지 세력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고, 일반 국민의 지지인 여론조사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었다. 박근혜를 홀대하면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 세력이 어떻게 돌변할 수 있는가를 확실히 보여준 선거결과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앞으로 여당 내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는 숙제를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