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의원이 탄생하면 정치가 장애인 인권을 더 많이 보장할 수 있을까? 지난해 4월 24일 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이 24일 오후 국회 본청 1층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4월 국회통과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중은 항상 누군가 한 사람을 자기들의 선두에 세워 그를 육성하고 크게 성장하게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플라톤)"
17대 총선에 이어 18대 총선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비례대표로, 지역구 대표로 국회로 진출했다. 17대에서는 심재철(한나라당·안양동안을)·이상민(당시 열린우리당 대전유성)·장향숙(열린우리당 비례대표)·정화원(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등 4명뿐이었는데 이번에는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는 한나라당 윤석용(서울강동을)·심재철(안양동안을) 후보,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유성) 후보이며, 비례대표 당선자는 한나라당 임두성·이정선 후보, 통합민주당 박은수 후보, 민주노동당 곽정숙 후보, 친박연대 정하균 후보 등 4명이다. 진보신당 박영희 후보는 비례대표 의석이 주어지는 3%를 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이외에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상징성 측면에서 비례대표 후보들을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헬기조종사였던 피우진 중령(진보신당 비례대표 3번·낙선), 한센인 당사자로 인권보장과 복지 향상을 위해 일해온 임두성(한나라당 비례2번)씨 정도가 주목할 만하다. 임두성씨는 국내 최초의 한센인 국회의원이 됐다.
장애인 의원 늘었긴 한데... 정치세력화 맞나그러나 2배로 늘어난 머릿수가 사회적·정치적 소수자들이 늘 주장하는 '정치세력화'의 확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정치를 하려는 장애인의 수'가 늘어났을 뿐이다.
(심재철·이상민 의원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정치인'으로 인지도를 획득했으며, 간간히 장애인 관련 행사에 참석하여 '공감대'를 표시했을 뿐이어서 '장애인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에서는 제외한다.)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장애인 문제를 정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자생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던 윤석용 한나라당 중앙장애인위원장만이 유일하게 눈에 띄는 사람이다.
윤 후보는 지난 17대에도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다가 1000여 표 차이로 낙선했지만 이번에는 54.5%의 표를 얻어 39.4%에 그친 통합민주당 심재권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그는 보수 정당 안에서 장애인 중앙조직을 운영했고, 공식적 공천을 통해 후보가 되었으며, 결국 지역구에서 당선이 된 것이다.
진보신당은 장애여성을 공동대표로 내세웠고, 민주노동당은 장애인위원회를 갖추고 있었지만, 결국 지역구 의원을 원내 진출시키지는 못했다.
장애인 지역구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왜?장애인 비례대표 의원들이 늘어난 17대 국회는 장애인 정치세력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사회적 소수자의 국회 입성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17대 초기까지만 해도, 이들의 원내 진출은 독자적인 세력과 정치력이 아니라 일방적인 하향식 공천으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국회 새내기 의원들은 원내 경험의 부족과 전문성의 결여를 시급하게 보완해야만 했고, 오랫동안 실전경험을 쌓아온 보좌관 및 비서관에게 의정활동을 의존했다.
국회의원은 많은 보좌관·수행비서를 통해 법을 만들고 기관들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는데 이렇게 초기부터 기존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은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상당히 위축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