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오후 한남동 삼성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해 비자금 사건, 정관계·법조계 로비사건 등 3대 의혹사건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남소연
"(삼성이)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옮긴 여러분들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러 달 동안 소란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진실이든 아니든,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회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은 느낍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이후 13년 만에 또 다시 '비자금' 문제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오후 1시 58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는 그를 향해 삼성SDI 해고자들은 피켓을 들고 '강제해고 철회하라'라고 시위를 벌였다. 진보신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사진이 붙은 피켓에 "아버지 오늘이 끝이에요"라는 '의미심장한' 말풍선을 달았다.
이건희 회장, 10조원 비자금도 모르고 있었다?이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자마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기자들은 ▲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을 지시했느냐 ▲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냐 ▲ 계열사들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했냐 ▲ 에버랜드와 SDS 경영권 승계를 직접 지시했느냐 ▲ 정·관계에 로비를 직접 지시한 적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돌아오는 답은 매번 같았다.
기억에 없거나, 잘 모르겠고, 비자금을 조성한 적 없으며, 정·관계 로비사실도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혐의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기자회견 이후 무려 5개월이 넘도록 제기돼 온 삼성의 3대 비리의혹(▲ 비자금 조성 및 관리 ▲ 불법로비 ▲ 경영권 불법승계)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제기된 삼성그룹 비리 의혹의 정점에는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 1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삼성그룹 비자금 규모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
또, "돈을 받지 않는 정치인 등에게는 호텔 할인권이나 와인을 주라"는 내용을 담은 '회장 지시사항'이 공개됐는데도 "정·관계에 불법로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양심불량'이다. 이미 추미애 의원도 삼성 측 로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고, 이용철 변호사(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는 삼성그룹의 불법로비 행태를 일찌감치 폭로한 바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본인이 지시한 사항에 대해서조차 아니라고 말하는 '대한민국 대표그룹'의 회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