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 오클리 가족이 살아가는 아프리카 숲속 캠프
갈라파고스
아이들은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에 나오는 것과 같이 텐트를 치고 온 가족이 모여서 살았다고 합니다. 천으로 된 물주머니 아래에 샤워기를 달아서 몸을 씻고, '풍덩 구멍'이라고 하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였으며, 하마 골반뼈를 변기로 사용했답니다. 그들이 살던 캠프가 얼마나 실감나는 아프리카 숲이었는지 한 번 볼까요?
"우리 캠프에는 울타리가 없어서 숲이 우리의 거대한 뒤뜰이나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동물들이 캠프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어떤 때에는 한밤중에 사자가 텐트를 스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코끼리가 바로 옆에 있는 나뭇잎을 뜯어 먹기도 했다. 나는 다른 식구들 보다 숲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본문 중에서)아이들은 숲속에 살고 있는 것들은, 개미와 버섯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관찰하고 직접 먹어 보고 가장 맛있는 요리 방법을 알아내기도 합니다. 숲에서 살게 되면서 아이들은 엄마인 케이트 그리고 나중에 새 아빠가 되는 피터와 함께 사자 연구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합니다.
살아있는 자연에서 배우는 숲속학교아이들이 하루 종일, 혹은 밤새도록 꼼짝도 않고 사자를 지켜보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는지요? 놀랍게도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듯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몰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몰입은 아이들이 사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 하였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심심할 때를 대비해 주사위나 체커 게임 도구를 가지고 간다. 그래도 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사자의 행동뿐만 아니라 어떤 사자가 어떤 사자랑 어울리는지, 지금 상황이 어떤지, 다른 사자와 관계는 어떤지 살피는 것 역시 재미있다. 자기 짝을 속이고 이웃 사자와 짝짓기를 하는 암사자를, 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본문 중에서)<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쓴 네 아이들에게 사자는 그냥 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사자 한 마리, 한 마리는 구체적으로 이름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보르도'라고 하는 사자를 만나고 그가 어떻게 친구랑 어울리는지, 누구랑 짝짓기를 하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숲에서 살고 있는 300 마리가 넘는 사자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이 책을 쓴 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친 엄마 케이트가 세운 숲속학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는 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탁월한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엄마는 자연에서 수학을 발견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하루는 엄마가 캠프 주변에서 나선형, 피보나치수열, 프랙탈, 대칭, 동위각과 엇각 등 온갖 수학적 형태를 찾아보라고 했다. 우리는 늘 보던 풀, 나무, 곤충, 새, 모래밭에 난 구멍 등에서 감춰진 형상을 찾으며 눈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느꼈다."(본문 중에서)아이들은 눈이 닿는 곳 끝까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가 말라붙어 염전이 된 '막가디가디'에서 100만년 전에 시작된 석기시대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지질학과 진화에 대하여 공부하였다고 '앵거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염전에서 모닥불 불빛조차 가물가물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를 각자 마음껏 달려가서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는지요? '앵거스'는 그때의 느낌을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분도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읽고 나서 도저심 참을 수 없는 유혹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리카로 유학(?)을 다녀와서 책을 냈더군요. 그 분과 함께 아프리카로 유학(?)을 갔던 가족은 아예 그곳에서 눌러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세 명 중 한 명은 HIV 감염자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에 하나는 바로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 결핍 바이러스인 'HIV' 문제입니다. 14살 앵거스가 쓴 글에는 HIV로 죽어가는 '보츠와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습니다.
"HIV로 아이들뿐 아니라 노동력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또 충격적인 사실은 보츠와나 대학생의 80퍼센트가 HIV 양성이라는 점이다. 법률가, 정치가, 과학자, 교사, 야생동물 관리인, 의사, 간호사 등으로 미래의 중요한 직책을 맡아 보츠와나의 발전을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10년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본문 중에서)보트와나는 세계에서 가장 HIV 감염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세 사람중 한 명이 감여되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같이 웃고,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 세 명 중 한 명은 죽음에 이르는 질병을 가지고 있고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난해서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약을 살 수 없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이 책은 전해줍니다. 5년 전 영국에서 살 때는 HIV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과 모국인 영국을 비롯한 지구촌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에는 책을 쓴 형제들과 그들 가족이 찍은 진귀한 사진, 그들이 직접 그린 예쁜 그림과 곤충, 동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린 세밀화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타잔> 영화로만 기억하는 아프리카와 사람들과 동물이 공존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자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사자가 더 신비로운 동물이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고 합니다.
막연한 동경의 대상을 넘어서 아프리카를 가까이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과 꽉 짜여진 입시교유의 틀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많은 '영감'을 안겨줄 만한 책입니다.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담담하게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덤'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아프리카 숲에서 얼마나 잘 배우고, 잘 자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 오클리 지음/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235쪽, 15000원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 외 지음, 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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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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