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나오면 곳곳에서 아파트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포4동 서래마을 입구 육교에서.
조정래
4.9 총선이 있기 전, 그러니까 몇 주 전 일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집 인근 가게에 들렀다. 가게 주인이 "박근혜가 대단하네"라면서 TV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이어 "(서울) 은평을 선거가 요즘 재밌다"라며 말을 보탰다. 한나라당 이재오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맞붙어 볼 만한다는 평이었다.
"우리 동네엔 찍을 사람이 없냐"고 물었더니 동네 판세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001동엔 누가 강세고, 00후보는 누구 계열이며, 주민들이 000후보를 미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깜짝 놀랐다. 4년여 동안 봐왔으면서도 동네 소식에 이렇게 정통할 것이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 말이 그른 게 아니다. 가까이 있어 무심하게 생각한 것이다. 수시로 보는 얼굴인데, 갑자기 정색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가 계면쩍었던 까닭도 있다.
문득 2년 정도 살았던 동네에 가보고 싶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 네 다섯 군데 정도 되는 동네를 놓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게 서울지하철 3호선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이번엔 서리풀공원 구경을 할 셈이었다.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내방역을 지나 방배역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세 구간 여행. 반포동과 방배동을 잇는 길이다.
한 달 20-30만원으로 밥값, 차값, 술값, 수도사용료, 전기사용료를 내던 시절에 그 동네에 살았다. 몸이 뻐근하면 서리풀공원에 올라 땀 나도록 뛰었고, '막일'을 할 때는 서리풀공원 언덕을 넘어 집에서 공사장까지 다녔다.
그곳을 떠난 지 대략 5년. 그 동안 크게 변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동네를 찾았다.
마을 앞 개울이 서리서리 흐르는 프랑스 동네, 서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