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은 국적없는 로펌... 일본 변호사보다 못하다"

[인터뷰] 최봉태 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 사무국장

등록 2008.04.02 12:50수정 2008.04.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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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을 훌쩍 넘어선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났다.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일본에서 진행한 소송 중에 합의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에게 1명당 2000만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이렇게 일본에서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김앤장이 국내에서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심지어 그는 "그런 점에서 김앤장은 일본 변호사보다 못하다"고 김앤장의 처신을 질타했다.

지난 2005년 일제 강점기 때 강제징용을 당했다가 귀국한 여운택(85)씨 등 5명이 "미불 임금과 돌려받지 못한 강제 저축금·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제기했다. 원고인 피해자측은 법무법인 해마루가, 피고인 신일본제철측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변론을 맡아왔다. 

"김앤장은 피해자와 합의하라는 재판부의 권고도 거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최봉태 변호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최봉태 변호사.이민우
최봉태(47) 변호사. 그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2001∼2004년)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2005∼2006년) 등을 지냈다. 또 그는 태평양전쟁 피해자단체 연대모임인 '강제동원 진상규명 시민연대'의 법률자문을 맡아 일제강점기 피해자와 관련된 각종 소송에 참여해왔다.
현재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최 변호사는 1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국제통화에서 "김앤장은 한국 법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권유했는데도 그걸 거부했다"며 "이는 피해자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밀린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그걸 안주겠다는 기업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피해자들도 재판부에 합의를 요구했고, 재판부도 신일본제철과의 합의를 타진해보라고 김앤장에 권유했다. 하지만 김앤장은 딱 잘라서 거부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일본에게 제기한 소송에서 유족과 신일본제철측이 '1명당 2000만원 배상'에 합의한 바 있다. 

최 변호사는 "김앤장이 민족적 견지에서 일본 변호사 정도의 역할만 해주면 되는데 그걸 안하겠다는 것은 결국 김앤장이 국적없는 로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앤장이 이 사건을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토종로펌이라면 일본 변호사만큼 국제적 윤리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 그런 선례가 이미 있었다. 그런 점에서 김앤장은 '신일본제철이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영업하려면 한국 법정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권유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분위기는 확 달라졌을 것이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합의를 권유한 것을 김앤장이 신일본제철측에 전달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일본에서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재판부의 뜻을 전달했다면 신일본제철측이 합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단정할 수 없지만 김앤장이 신일본제철측에 재판부의 뜻을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판결까지 가면 안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해자들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미 선례가 있기 때문에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재판을 시작했는데 결국 판결까지 가게 돼 안타깝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의 합의 권유를 전달했다면 김앤장을 욕하기 힘들지만 만약 그걸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신일본제철의 주주인 포스코는 무엇하고 있나?"

특히 최 변호사는 신일본제철의 주주인 포스코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상호주식을 보유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략적 제휴관계를 강화해왔다.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오는 22일 포스코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 1심에서 피해자들이 패소하긴 했지만 재판부는 포스코의 사회적 책임만은 인정했다. 최소한 주주총회에서 신일본제철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권유할 수 있는데 이걸 안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신일본제철이 우리 민족을 얼마나 우습게 보겠나?"

최 변호사는 중국에서 일본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를 언급한 뒤 "한국의 재판부가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며 "그래야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한국 정부 돈만으로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일본기업도 피해자들을 위해 정당한 보상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봉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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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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