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축제? 정선에선 아직 눈꽃축제!

[사월에 하는 눈꽃여행] 정선 함백산 만항재에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피었습니다

등록 2008.04.02 09:27수정 2008.04.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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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게 피어나는 복수초. 눈이 발목을 덮는데 지금 봄 맞아? ⓒ 강기희

▲ 수줍게 피어나는 복수초. 눈이 발목을 덮는데 지금 봄 맞아? ⓒ 강기희
진달래와 벚꽃이 피어났다는 소식이 부러운 적 있었습니다. 백목련이 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곳이 어디라도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봄이 그리웠습니다. 내 눈이 환하게 멀어진다 해도 백목련이 그리웠습니다. 내 눈이 진달래 빛으로 물든다 해도 봄을 기다렸습니다. 간절한 봄이었습니다.
 
어제(3웓 31일) 정선 지역엔 눈이 내렸습니다. 봄이라고 하기엔 참말로 민망한 날이었습니다. 어디선가는 화전놀이를 간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눈꽃놀이를 해야 할 판입니다.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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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핀 복수초. 4월 1일 눈이 가득한 함백산 자락에 복수초가 피었다. ⓒ 강기희

▲ 4월에 핀 복수초. 4월 1일 눈이 가득한 함백산 자락에 복수초가 피었다. ⓒ 강기희
 
어제 내린 눈은 10cm가 넘었습니다. 폭설에 가까운 눈이었습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퍼부었지만 세상은 조용했습니다. 오히려 그 조용함이 좋습니다.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것보다 이곳에 사람들만 눈꽃놀이를 할 수 있는 게 좋습니다.
 
오늘 만항재에 갔습니다. 해발 1330m나 되는 높은 고개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기도 합니다. 여름철이면 별이 하늘 가득 피어나는 곳입니다. 봄과 가을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만항입니다.
 
어제 내린 눈은 한낮임에도 녹지 않고 있습니다. 응달엔 1m 가까이 눈이 쌓여 있습니다. 지난 겨울 내린 눈이 여직 녹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겨울이 그리운 이들에겐 부러운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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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4월 1일 만우절의 함백산 모습입니다. ⓒ 강기희

▲ 설국. 4월 1일 만우절의 함백산 모습입니다. ⓒ 강기희
 
만항재엔 나 같은 사람이 몇 더 있었습니다. 눈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지요. 그들이 차를 주차하자마자 달려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복수초 군락지입니다. 복수초가 필 무렵이면 만항재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듭니다.
 
복수초 사진 중에서도 눈 속에서 핀 복수초가 으뜸이거든요. 흰 눈을 배경으로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의 순결함이 작가들을 유혹하고, 작가들은 또 그렇게 매료당하는 것이지요.
 
복수초 군락지로 가니 이미 눈길이 나있습니다. 자칫하면 복수초를 밟을 수 있기에 반드시 길로만 다녀야 합니다. 양지에 있는 복수초는 그 뜨거움으로 주변의 눈을 녹여버렸습니다.
 
이제 꽃대를 밀어 올린 복수초도 있고 활짝 꽃을 피운 복수초도 있습니다. 줄지어 핀 복수초는 악보를 보는 듯 귀엽습니다. 복수초는 눈 속에서 '도레미파솔라시도' 하며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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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꽃을 피운 복수초. 아름답다. ⓒ 강기희

▲ 활짝 꽃을 피운 복수초. 아름답다. ⓒ 강기희
 
복수초는 초봄에 피는 노란꽃이 기쁨을 준다고 하여 '복수초'라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눈 속에서 피어 있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雪蓮)이라 부른다는군요. 그러하니 당연히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가 으뜸인 것입니다.
 
카메라에 담은 복수초는 작년보다 늦게 꽃을 피웠습니다. 작년에도 만항에 복수초를 보러 왔었거든요. 더구나 눈이 내린 다음 날에 만난 복수초라 반갑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남쪽의 꽃 소식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벚꽃이 눈가루처럼 날리는 그 모습도 부럽지 않습니다.
 
4월에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는 곳이 어디 있겠는지요. 내가 사는 곳은 아무래도 복받은 마을인 듯 싶습니다. 이런저런 꽃 소식이야 이곳에도 곧 올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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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복수초? 양지편에 있는 복수초가 다정하게 꽃을 피웠다. ⓒ 강기희

▲ 부부 복수초? 양지편에 있는 복수초가 다정하게 꽃을 피웠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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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 목련? 정선은 아직 눈꽃! ⓒ 강기희

▲ 눈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 목련? 정선은 아직 눈꽃! ⓒ 강기희
오늘 나는 '환상적이야'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탄성을 내 지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러워 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나는 오늘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겨울 풍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복수초, 이제 피는 중입니다. 눈도 그대로입니다. 내일 또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봄이 아니라 겨울을 느끼고 싶은 이 있다면 정선에 있는 함백산으로 오십시요. 만항재에 몸 맡기고 불어오는 바람만 맞아도 세상 시름 싹 사라집니다.
 
혹여 자장율사의 흔적을 찾고 싶으면 만항재 아래에 있는 정암사로 가면 됩니다. 자장이 세었다는 절집인데, 소박하기가 그지 없는 아름다운 절집입니다. 복수초만 보고 가기엔 아쉬운 고장이거든요. 만항재 오는 길이요? 38번 국도 따라 정선으로 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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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솔~ 악보처럼 피어나는 복수초. ⓒ 강기희

▲ 도레미파솔~ 악보처럼 피어나는 복수초.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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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 만항. 표지석 뒤로 보이는 산이 함백산입니다. ⓒ 강기희

▲ 만항재.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 만항. 표지석 뒤로 보이는 산이 함백산입니다. ⓒ 강기희
2008.04.02 09:27 ⓒ 2008 OhmyNews
#복수초 #만항재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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