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사학자 부어스틴은 치밀한 기획에 의해 생산되는 기업 이미지를 미국적인 현상으로 파악한다. 사진은 그의 저서 <이미지 : 미국의 허구적 사건에 관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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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스틴은 이러한 상업적 이미지를 20세기를 규정짓는 미국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물론 상표는 교환경제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대의 상표나 로고는 단순히 상업의 부산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기업이나 상품의 가치를 규정한다. 이 이미지는 소비자들의 빈 자아를 채워줄 '기성품 가치관'이다.
과거에 상표는 장인의 서명이나 도장, 또는 가문의 상징처럼 생산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상업이미지들은 홍보 전문가들의 치밀한 기획 속에서 탄생한다. 이들은 '위험한, 그러나 너무 위험하지는 않은'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비자들은 음료 하나를 사면서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기도 하고,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서 세계가 환호하는 승리의 영웅이 되기도 한다. 상업 이미지는 현대인의 삶에 신화적 의미를 부여한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현대의 신화'를 발견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열린 이미지'기획적 상업이미지가 '미국적 현상'인 만큼, 수많은 상표와 로고가 미국을 대표한다. 붉은 글씨로 휘갈겨 쓴 '코카콜라' 일곱 개의 줄이 하늘색 글씨를 가로지르는 '아이비엠(IBM),' '황금아치'로 대표되는 맥도널드, 한 입 베어 먹은 '애플'의 사과, 녹색 원 안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웃음 짓는 '스타벅스'의 인어 등.
미국의 기업이미지)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이 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은 해당 기업과 상품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상표를 살필 수는 없으므로, 몇 개만 골라보기로 하자.
부어스틴은 <이미지 : 미국의 허구적 사건에 대한 안내서>에서 이상적인 기업 이미지의 조건으로 '중립성'을 말한다. 맨송맨송한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끝이 열려있어 대중이 의미생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 이미지'라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최근 들어 형태를 바꿈으로써 이미지 변신을 꾀한 상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맥도널드·애플·스타벅스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맥도널드-황금아치] 애정 호소하며 눈웃음치는 M맥도널드의 로고는 초기 식당의 구조물에서 따온 것이다. 맥도널드는 1950년대에 체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식당의 양끝에 노란색 아치를 세우는 표준화 전략을 택했다. 이 두 개의 아치는 비스듬히 보면 회사의 이름인 'M'처럼 보였다. 이후 식당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이 '황금아치'는 현대적 로고 속에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맥도널드는 세계 최대의 식당체인으로 승승장구했으나, 1990년대 이후 위기를 맞는다. 맥도널드는 전 세계로 매장 수를 늘리며 '미국적 생활양식'과 '세계화'의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전개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과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은 이 식당체인을 '공공의 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맥도날드는 안에서도 위기를 맞았다. 2002년에는 이 회사의 햄버거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소송이 제기되었고, 2004년과 2006년에는 이 문제점들을 직접적으로 다룬 <슈퍼사이즈 미>와 <패스트푸드 네이션> 등의 다큐멘터리·영화·책이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