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열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공개에서 삼성특검팀이 작품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공개는 그동안 논란이 된 삼성그룹의 미술품 비자금 의혹을 해소하기위해 삼성그룹이 아니라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행복한 눈물'을 보관 중인 점을 확인하기 위해 열렸다.
연합뉴스 김현태
그러나 두 전문가 모두 현재 특검이 이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교수는 "그동안 특검이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찾아냈지만 이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는 주장을 반증하지 못했다"며 "근본적으로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기소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 1월 용인 에버랜드 미술품 창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7천여점의 미술품 목록 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특검은 삼성문화재단이 한 달 뒤에 제출한 미술품 목록을 증거로 인정한 것으로 안다"며 "특검팀은 사실상 고가 미술품 의혹 수사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외환관리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만으로 형사처벌? 검찰로서 낯 간지럽다"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지난 2004년 3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그해 7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사건 역시 삼성가의 고가 미술품 구매 거래와 관계가 있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는 상당히 특정한 부분까지 밝혀내야 하는 '기술적'인 면이 있다"며 "홍씨가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자의적으로 외환관리법을 위반했을 수도 있어 공모 가능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환관리법 위반은 사실 '곁가지'에 불과해 기소가 되더라도 기소유예, 벌금형으로 끝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외환관리법을 위반했을 경우 적용되는 형사처벌조항은 있지만 사실상 처벌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당국이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 적극적인 범죄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사무착오나 실수로 판단하기 때문에 경고 정도의 조치로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나머지 배임 및 횡령에 대한 공범 혐의나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된다면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되겠지만, 외환관리법 위반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검찰로서 낯 간지러운 일 아니겠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세포탈 혐의] "공소시효 만료 혹은 세금 납부로 털어버릴 가능성 있어" 증여·상속세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도 딱히 적용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호중 교수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삼성은 용인 에버랜드 미술품 창고에서 발견된 미술품에 대해 "선대 이병철 회장 때부터 수집해온 삼성문화재단 소유의 미술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의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증여·상속세의 경우 국세기본법에 따른 시효가 이미 많이 지난 상태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시효는 사망일이나 증여일로부터 최대 15년으로 이를 넘기면 징수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고 이병철 회장은 지난 87년에 사망해 이 시효를 넘겼다. 다만 지난 99년 12월 개정 당시 도입된 "상속을 받은 자가 상속재산을 현재 보유하거나 실명 전환하는 경우 이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국세기본법 조항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교수는 "특검팀의 수사의지가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조세포탈 혐의의 경우 '의도적 조세포탈 의도'가 있다면 처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술품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닌 데다 신고 의무도 없어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미술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까닭이 세금을 포탈하려는 의도라면 당연히 기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조세포탈죄는 세금을 내기만 하면 실형까지 받지 않기 때문에 삼성이 세금을 납부하는 쪽으로 혐의를 털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이번 특검수사에서 '돈으로 땜질'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