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소환되는 홍라희, 기소는 '산 넘어 산'

배임·횡령 공범 혐의 등 적용 가능... 지금까지 특검수사 볼 때 '부정적'

등록 2008.04.01 17:19수정 2008.04.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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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일 저녁 9시 5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지난해 1월 9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후 리셉션에서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지난해 1월 9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후 리셉션에서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2일 오후 3시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특검팀에 소환된다. 홍라희씨가 수사기관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홍라희씨에 대한 삼성특검의 조사가 어디에 방점이 찍힐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홍라희씨를 비롯한 삼성 일가의 안주인들이 비자금으로 약 600억 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명의로 된 미술품 구입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특검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 계좌추적, 참고인 소환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미술품을 사들인 배경과 경위'에 수사력을 모아왔다. 삼성가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인 핵심 고리로 주목받아왔던 홍라희씨가 이번 특검조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현재 홍씨가 삼성특검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혐의는 ▲업무상 배임·횡령에 대한 공범 내지 방조 혐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상속·증여세 조세포탈 혐의 등 모두 3가지. 그러나 형사법과 경제 전문가들은 특검팀이 과연 홍씨를 '비자금 조성을 통한 고가 미술품 구입'의 당사자로 기소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홍라희씨에 대해서도 '소환은 하되 혐의없음이나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분석인 것이다.

[배임·횡령에 대한 공범 혐의] "구입자금 출처 밝히지 못하면 적용 못해"

이호중 서강대 법대 교수는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비자금을 사용해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이를 지시한 이건희 회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되고, 이를 알면서도 방조한 홍씨는 공동정범 및 방조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씨가 사실상 삼성그룹의 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돈을 유용한 사실을 알고도 그 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산 것이라면 '알고도 방조한 공범 혐의'는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삼성이 고가 미술품 구입자금을 개인 돈으로 몰고 가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호중 교수는 "특검이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자신의 돈을 차명으로 분산·보관했다가 쓴 것 외에는 특별히 다른 혐의점을 찾아내 혐의사실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홍씨가 개인재산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것이라면 배임·횡령 등에 대한 공범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며 "고가 미술품 의혹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입자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일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열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공개에서 삼성특검팀이 작품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공개는 그동안 논란이 된 삼성그룹의 미술품 비자금 의혹을 해소하기위해 삼성그룹이 아니라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행복한 눈물'을 보관 중인 점을 확인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2월 1일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열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공개에서 삼성특검팀이 작품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공개는 그동안 논란이 된 삼성그룹의 미술품 비자금 의혹을 해소하기위해 삼성그룹이 아니라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행복한 눈물'을 보관 중인 점을 확인하기 위해 열렸다.연합뉴스 김현태


그러나 두 전문가 모두 현재 특검이 이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교수는 "그동안 특검이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찾아냈지만 이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는 주장을 반증하지 못했다"며 "근본적으로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기소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 1월 용인 에버랜드 미술품 창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7천여점의 미술품 목록 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특검은 삼성문화재단이 한 달 뒤에 제출한 미술품 목록을 증거로 인정한 것으로 안다"며 "특검팀은 사실상 고가 미술품 의혹 수사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외환관리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만으로 형사처벌? 검찰로서 낯 간지럽다"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지난 2004년 3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그해 7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사건 역시 삼성가의 고가 미술품 구매 거래와 관계가 있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는 상당히 특정한 부분까지 밝혀내야 하는 '기술적'인 면이 있다"며 "홍씨가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자의적으로 외환관리법을 위반했을 수도 있어 공모 가능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환관리법 위반은 사실 '곁가지'에 불과해 기소가 되더라도 기소유예, 벌금형으로 끝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외환관리법을 위반했을 경우 적용되는 형사처벌조항은 있지만 사실상 처벌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당국이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 적극적인 범죄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사무착오나 실수로 판단하기 때문에 경고 정도의 조치로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나머지 배임 및 횡령에 대한 공범 혐의나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된다면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되겠지만, 외환관리법 위반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검찰로서 낯 간지러운 일 아니겠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세포탈 혐의] "공소시효 만료 혹은 세금 납부로 털어버릴 가능성 있어"

증여·상속세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도 딱히 적용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호중 교수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삼성은 용인 에버랜드 미술품 창고에서 발견된 미술품에 대해 "선대 이병철 회장 때부터 수집해온 삼성문화재단 소유의 미술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의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증여·상속세의 경우 국세기본법에 따른 시효가 이미 많이 지난 상태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시효는 사망일이나 증여일로부터 최대 15년으로 이를 넘기면 징수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고 이병철 회장은 지난 87년에 사망해 이 시효를 넘겼다. 다만 지난 99년 12월 개정 당시 도입된 "상속을 받은 자가 상속재산을 현재 보유하거나 실명 전환하는 경우 이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국세기본법 조항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교수는 "특검팀의 수사의지가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조세포탈 혐의의 경우 '의도적 조세포탈 의도'가 있다면 처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술품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닌 데다 신고 의무도 없어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미술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까닭이 세금을 포탈하려는 의도라면 당연히 기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조세포탈죄는 세금을 내기만 하면 실형까지 받지 않기 때문에 삼성이 세금을 납부하는 쪽으로 혐의를 털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이번 특검수사에서 '돈으로 땜질'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지난 1월 21일 오후 고가의 미술품들이 보관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 창고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창고 입구를 에버랜드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지난 1월 21일 오후 고가의 미술품들이 보관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 창고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창고 입구를 에버랜드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신영근

시민단체, "미술품 수사, 소리만 요란했을 뿐... 추후 고발할 생각"

한편, 시민단체는 특검팀이 미술품 의혹 수사가 미진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도 "현재 특검팀의 수사 태도로 볼 때 특검이 비자금 구입 미술품 의혹을 처리해버려 검찰이 손도 못 대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특검팀의 미술품 수사는 요란하기만 했을 뿐 별 소득이 없었다"며 특검팀의 수사 마무리 입장을 비판했다.

박 사무처장은 "<행복한 눈물>의 행방만 좇았지 사실 더 중요한 ▲통관 과정이나 ▲미술품 입수 경로▲ 세무 조사 등에 대한 수사는 제쳐뒀다"며 "특검 수사 종결로 이 사안이 덮일 수 있다고 생각돼 원래 고발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술품 의혹까지 검찰이나 특검에 추후 고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수사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경제단체들과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들어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되는 검찰의 제2라운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특검의 수사부실에 총체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나 김용철 변호사도 같은 생각이 가능성도 농후하다.
#삼성 특검 #홍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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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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