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시후 창챠오, 애닯은 사랑의 전설이 많다
최종명
애간장을 녹이는 사랑의 전설이 많아서일까. 젊은 남녀가 다리 한가운데 다정하게 앉아있다. 찰랑이는 물살이 다리를 넘나들고 바람조차 상쾌하게 불지만 사랑을 간직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다 헤아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양축 이야기도 하고 투신의 사랑도 속삭이며 창챠오에서의 추억을 쌓으려는 듯 연인들의 쉼터로 손색이 없다.
바로 앞은 돤챠오(断桥)에서 만난 <백사전>의 주인공인 백소정(白素贞)이 정체가 탄로난 뒤 잡혀 있던 레이펑탑(雷峰塔)이 보이는 곳이니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에는 더더욱 좋은 자리가 아닐까. 정말 시후의 수많은 사랑의 전설 중에서도 가장 슬픈 곡절이 있으니 '장교애련'이 아닐 수 없다.
산둥에서 온 친구는 다리를 걸어보겠다고 간다. 계속 귀찮게 따라다니더니 잘 됐다 싶다. 좀 친해보려고 했는데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아주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곤혹스러웠는데 말이다. 남장을 했던 축영대처럼 혹시 여자는 아니겠지 속으로 웃으며 잘 가라고 하고 다시 소동파를 만나러 갔다.
소제파화(苏堤坡花)레이펑탑을 지나 쑤띠로 가는 길에 신혼 사진을 촬영하는 많다. 이곳은 시후의 십경 중 하나인 삼담인월(三潭印月)을 아주 가까이에서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중국 인민폐 1위엔 종이돈 뒷면의 배경이니 결혼 사진으로 좋겠다 싶다. 시후에는 3개의 섬이 있는데 '호수 속의 호수'가 있는 샤오잉저우(小瀛洲)가 가장 유명하고 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쑤띠로 가는 길에 큰 식당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름도 멋진 화중청(花中城). 항저우의 유명한 요리인 둥포러우(东坡肉)와 쟈오화지(叫花鸡)를 판다. 역시 혼자라 들어가서 먹기가 어려웠지만 항저우에 가면 꼭 먹어보면 좋을 요리들이다.
둥포러우는 두터운 돼지갈비 또는 삼겹살의 푸짐한 탄생이라 할 만큼 먹음직스럽고 소동파가 즐겨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쟈오화지는 원래 궁핍한 난민들이 훔친 닭을 진흙에 넣고 구워 먹었다는 것으로 '쟈오화'라는 말은 구걸하다는 뜻이 있어서 거지닭이라고 하는데 별로 좋은 입맛의 번역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