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5일 프랑스 남서부 망빌(Menville)에서 '자발적으로 작물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GMO 옥수수를 뽑아내고 있다.
Jean-Marc Desfilhes
2007년에도 이들의 저항은 계속되어 8월 18일 포엥빌에 있는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 몬산토의 GMO 옥수수 밭이 파괴되는데, 이들 중 58명이 연행되고 법정에까지 서게 된다. 8월 25일, 100여 명이 다시 제르스 지방의 옥수수 밭을 파괴하는데 이들은 그날 오후 GMO 옥수수를 하나씩 들고 몽베끼에 있는 몬산토 공장에 간 뒤, 옥수수를 그 앞에 두고 오는 상징적인 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주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지만 가끔 경찰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들이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들에게 최루탄을 쏘아 분산시키는데,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육박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협회 형태를 만드는 대신 자유롭게 만나는데, 환경단체 '땅의 친구들(les amis de la terre, Friends of the Earth France)'에서 GMO를 담당하고 있는 베르도씨는 중형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협회일 경우 당연히 협회장이 중형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적인 모임으로 진행할 경우 개인적인 차원의 가벼운 형벌에 그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경찰이 현장에서 이들의 행동을 목격할 경우, 단지 몇 명만 임의로 잡아내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외치는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도 GMO 재배 작물 파괴에 가담해 여러 차례 감옥을 들락날락하는 등 GMO 반대 운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GMO 제품 찾기 어려운 까닭프랑스가 유럽에서 GMO 재배 2위국이지만 실제로 프랑스 슈퍼마켓에서 GMO 성분이 담긴 제품을 찾기란 힘들다. 이에 대해 베르도씨는 전 세계 GMO의 80%는 선진국의 동물 사료로, 나머지는 식용 이외의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재배되는 GMO 작물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모두 스페인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게 베르도씨의 설명이다. 베르도씨는 유럽연합이 GMO 식품의 수입과 재배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유럽인들은 이 제품을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도 이 기회를 이용해 GMO 표시가 있는 식품을 찾기 위해 근처 슈퍼마켓에 들렀지만, 그런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베르도씨 말대로 프랑스에선 소비자나 중간 유통 단위의 대다수가 GMO 식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법으로는 수입 및 재배가 허용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의 몸으로 들어가는 양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우유나 달걀, 고기, 크림, 버터 등의 식품에선 문제가 달라진다. 이런 식품들은 GMO 표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GMO 사료를 먹은 동물을 재료로 이런 식품들을 만들어낼 경우, 소비자는 그것이 GMO가 들어간 식품인지 알 방법이 없다. 유럽연합 중 독일만이 이런 경우에도 GMO 성분 표시를 하도록 최근에 규정했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2월 5일 프랑스 상원에 GMO 관련 새 법안이 제안됐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르몽드> 2월 5일자).
▲ GMO 옥수수 Mon810의 재배를 보류한다.
▲ GMO 작물의 소비와 생산은 자유다.
▲ 그러나 GMO 재배로 인해 그 근처에 있는 비GMO 작물에 어떤 피해가 생길 경우에는 GMO 재배자가 경제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 GMO 실험재배지의 장소와 성격을 일반에게 공개해야 한다.
GMO 반대 세력으로서는 이 입법안에 1998년 프랑스의 제안에 따라 유럽연합에서 수입을 허가했던 GMO 옥수수 Mon810의 재배가 보류된 것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지만(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 중이다), 두 번째 조항은 달갑지 않은 내용이다.
GMO 반대론자들은 이 문제에 관한 국회 토론(4월 1일~3일)에 맞춰 지난달 29일 시위를 벌였다. "GMO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소비하고 생산할 권리를 위하여"라는 슬로건 아래 렌느, 클레르몽-페랑, 툴루즈, 보르도, 아비뇽, 낭시, 릴 등 프랑스 각지에서 벌어진 이 시위에는 그린피스, 아탁, 땅의 친구들, 자발적으로 작물을 파괴하는 사람들, 프랑스농부연합, 유기농 국민연대 등 단체 회원을 비롯한 2만5천여 명이 참여했다.
친GMO를 표방했던 시라크 정부와 달리 사르코지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생명공학을 장려하겠다고 말했지만, 농업부와 내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있어 향후 정책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GMO에 스며든 초국적 곡물 메이저의 책략, 터미네이터한 가지 확실한 것은 GMO 재배와 엄청난 양의 농약으로 인해 토지가 수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지구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신호다. 자연 파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 예컨대 벌의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농약 등의 화학제품 및 GMO 재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환경론자들의 의견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벌이 이 세상에서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GMO 찬성론자들은 지금 더욱 무서운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GMO에 터미네이터(terminator)라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종자를 오로지 한 번만 이용하게 하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농부들은 해마다 새로운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 전 세계 농부들이 구입해야 할 종자의 양을 생각해보라. 이는 몬산토나 카길 같은 초국적 곡물 메이저의 배를 불리기 위한 책략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까지 상업화하려고 애쓰는 대기업들. 언젠가는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마저 팔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GMO 재배가 더 확산되기 전에 GMO 재배와 소비를 반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