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배재만
그 택시기사처럼 많은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실망스럽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더 이해가 안 되고, 더 실망스러운 사실은 명망 있는 '어른'들이 "삼성을 이제 그만 용서하자"고 말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28일에는 원불교 원로위원들이 특검팀에 원불교 원로위원 45명이 함께 서명한 "특검 수사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조계종 총무원과 원로회의의 29명이 "특검이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사회적 동요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조속히 종결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한 지 나흘 만이었다.
이 청원서에는 "국민들에게는 감사하고 상생하는 마음으로 해(害)에서도 은혜를 발견하는 '은생어해(恩生於害)'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며 "물질문명을 선도해 온 삼성이 정신문명을 병진(竝進)하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불교 원로위원들은 "삼성은 국가 성장 동력의 중심축을 이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국민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갖게 해 줬다"며 "허물이 있다면 더 크게 보은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인이 이처럼 '관용'을 이야기하면 '실용'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경제를 들먹이며 "삼성 수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예가 수원 영통에서 맞붙는 김진표 통합민주당 의원과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이다.
두 의원은 지난 18일, 20일 릴레이를 하듯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수원 지역은 삼성 협력 기업이 많은 곳인데 특검 수사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특검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걸레는 빨아도 걸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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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레는 빨아도 걸레더라" 참여연대, 민변 등 5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팀이 짜맞추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이경태
다섯 달 전만 해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정·관계, 법조계, 학계 사회 각계각층에 뇌물을 살포했다고 밝혔고 이건희 회장의 지시 문건이 공개되면서 삼성이 돈이 안 되면 호텔 할인권이라도 줘서 자신의 친구로 만들고자 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때였다. 누구라도 삼성을 공개적으로 비호하려 든다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시기였다.
그래서 많은 '어른'들이 침묵했다. 침묵을 통해 삼성을 지켜줬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예전 검찰이 그랬듯 특검도 삼성에게 면죄부를 안겨줄 태세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새 정부는 삼성에게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라는 선물까지 안겨주려고 한다. '어른'들도 더 이상 침묵할 필요가 없다.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 '이건희 회장 구하기'에 나설 때다. 삼성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고 했던가? 10년이 넘는 동안 사회 각계각층을 '관리'해온 힘이 발휘되고 있다.
결국 분노하는 이들은 이건희 회장이 포탈한 세금 수조원이 얼마만큼의 돈인지 상상도 안 되는 서민들 뿐이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 25일 특검 수사를 비판하며 "법과 원칙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걸레는 빨아도 역시 걸레였다. (중략) 특검은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 역사를 무서워해야 한다. 역사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만약 특검이 검찰과 같은 결론을 낸다면 삼성노동자와 국민들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무엇이 '진실'인지 국민들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