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성호
"우리은행에서 많은 삼성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우리은행이 조직적으로 삼성의 불법 행위에 관여한 거 아니냐."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증거가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 (김승규 우리은행 검사실장)
28일 오전 9시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본사 5층 회의장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장. 우리은행에서 삼성 전·현직 임직원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과 관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이 단단히 벼르고 있던 터라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주총 시작 20여분 전부터 회의장엔 200여명에 이르는 주주, 직원,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주총이 시작되자 김 소장과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 등이 삼성 비자금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방은 벌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질문들은 "증거가 없다, 조사한 적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 앞에서 허탈감만 남겼다.
김 소장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우리 은행은 위기"라고 따져 물었지만, 앵무새처럼 "조사할 수 없다"는 대꾸만이 돌아왔다. 도리어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질문을 그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는 김용철 변호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주총 내내 한마디도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주총을 지켜봤다. 3시간여 만에 주총이 끝나자, 김 소장과 김 변호사 모두 허탈한 표정으로 주총장을 빠져나왔다.
김상조 교수 "우리은행, 삼성 불법행위 도구로 이용돼" 이날 오전 9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는 박병원 회장의 영업실적에 대한 보고로 주총은 시작됐다. 이에 대해 바로 김상조 소장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주총 시작 15분 만이었다.
김 소장은 "우리금융지주와 그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주주들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삼성의 불법 행위의 도구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IMF 위기 못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 성장 동력 부재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말은 받은 박 회장은 "민영화 가장 큰 과제다,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면서도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에 대해선 애써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주총의 첫 번째 안건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를 학인하고 배당금을 승인하는 것. 평상시라면 주주들 사이에서 "동의", "제청"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10분이면 안건 하나를 처리했겠지만 이날은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경제개혁연대 쪽에서 우리은행의 삼성 비자금 문제 연루 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을 벌였기 때문이다. 김상조 소장은 먼저 "우리가 위임받은 주식은 모두 9만주로 우리금융 발행 주식의 0.01%가 넘는다, 이사들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삼성 차명계좌 어떻게 된 거냐?"-"조사한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