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고목
이승철
작고 어린 모습은 무엇이나 아름답다. 방긋 웃는 아기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이 그렇고, 갓 피어나는 꽃봉오리도 예쁘다. 귀여운 고양이 새끼나 강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금 못생긴 축에 드는 돼지까지도 어린 것은 귀엽고 예쁘다.
그러나 늙고 시든 모습을 아름답다고 표현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다. 짐승들도 늙은 모습은 초라하고 추하다. 동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식물들도 늙고 시들어가는 모습은 새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외모로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일반적인 시각을 뛰어넘는 것이 있다. 바로 고목이다. 수백 년 혹은 그 이상을 살아온 늙은 고목을 보고 있노라면 경이로운 느낌과 함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풍상을 겪으며 꺾이고 상한 부분들이 썩어 들어가고 울툭불툭 튀어나오기도 한 모습은 어찌 보면 매우 흉한 몰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