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저우 난공위엔의 호수 주위에 있는 조각상들, 거북이와 코뿔소, 먹이를 뜯고 있는 공룡 등이 있다
최종명
영 좋지 않은 기억이다. 빨리 호텔로 돌아가서 쉬는 것이 좋겠다. 푸저우 주변 1시간 거리에는 산과 폭포, 바다가 두루 있는데 아무래도 게을렀던 듯하다. 대도시에 오면 괜히 자꾸 편안하게 쉬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장기 여행의 피로감에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혼자 달래본다. 새벽 3시까지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그러느라 늦게 잤다. 잠도 잘 안 와서 뒤척인 시간도 한 시간은 됐을까.
그랬더니 문제가 생겼다. 늘 5개월 동안 제 시간에 잘 일어났는데 눈을 떠 시계를 보니 버스시간이 딱 20분 남은 것이 아닌가. 짐은 하나도 안 쌌는데 큰일이다. 순간 판단. 여기는 중국이다, 한번 해보자. 급히 짐을 배낭에 쏟아 넣고 묶는데 5분이 휙 지났다. 모자 쓰고 배낭 메고 열쇠 챙겨 나와 프런트로 내려가니 체크아웃 하는 사람들이 잔뜩이다. 시간 없으니 빨리 해달라고 했다.
체크아웃 하면서 도대체 느릿한 직원의 움직이는 모습이 오늘따라 심각하다. 버스 탈 시간이 지났다고 사정을 하는데도 남일 보듯 하는 태도는 이미 각오했던 바 제발 버스가 출발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또 기대했다. "부야오파퍄오(不要发票)(영수증 필요 없다)"고 하고 뛰어나왔다. 가까운 거리지만 택시를 탈 생각이었다. 택시도 없다. 그래서 뛰었다. 뒤에는 20kg, 앞에는 5kg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힘이란 힘은 다 빼서 써먹은 듯하다.
횡단보도 무단횡단. 500여 미터 거리를 단숨에 날아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터미널에는 짐 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다시 배낭을 내리고 다시 메고 버스 타는 곳으로 갔더니 원저우 가냐는 묻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렇다고 하니 빨리 타라고 꾸지람 섞은 호통이다. 그래도 고맙다. 버스가 아직 떠나지 않을 것을 보고서야 마음이 툭 풀렸다. 시계를 보니 10분 정도 지났다.
아침부터 완전 기적까지 만들고 나니 버스에서 바로 곯아떨어졌다. 여기가 중국이고 여행 중이니 망정이지 몰골이 말이 아닌 채로 이렇게 다니는 것은 정말 해선 안될 일이다. 5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꼼작하지 않고 잠을 잤다.
푸젠 성을 지나 저장(浙江) 성 원저우에 도착했다. 숙소를 구하고 인터넷을 켰다. 아는 한국사람이 이곳에서 성형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화를 거니 통화가 안 된다. 핸드폰 번호가 바뀐 듯해 인터넷으로 한국사람이 참여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물었더니 한국 의사가 있는 것은 맞는데 찾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분명 전 가족이 이사온 것으로 들었는데 찾기가 힘들다.
오후 늦게 숙소를 나와 원저우 나들이를 했다. 야경이라도 구경할 요량이다. 강변도로인 왕장루(望江路)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다. 그 중에 아리랑(阿里郎)이라는 한국음식점 간판이 있어서 오랜만에 삼겹살에 된장찌개까지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