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벨트 탑옐로우스톤 북쪽 입구에 세워진 루즈벨트탑
yellowstone-natl-park.com
다음으로, 옐로우스톤에 있는 루즈벨트탑(1903년 완공)에 새겨진 "국민의 즐거움과 복리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갖고 있는 함의다. 방송은 이 문구야 말로 미국 국립공원 이념의 실용적인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또한 국립공원의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다.
테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은 1903년 4월 24일 엘로우스톤 국립공원 북쪽 입구에 세워진 루즈벨트탑 준공식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This Park was created and is now administered for the benefit and enjoyment of the people... it is the property of Uncle Sam and therefore of us all." (이 공원은 모든 국민의 즐거움과 복리를 위해 창조되었고 현재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정부), 나아가 우리 모두의 자산입니다." - http://www.yellowstone-natl-park.com/arch.htm또한 미연방의회는 1872년 3월 1일 옐로우스톤을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법으로 지정하면서 국립공원의 설립취지를 이렇게 쓰고 있다.
"as a public park or pleasuring-ground for the benefit and enjoyment of the people" (모든 국민의 즐거움과 복리를 위한 공공(公共)의 공원이자 위락지로서) -
http://www.nps.gov이 두 개의 문장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 문구가 강조하고자 한 것(핵심적인 키워드)은 '즐거움과 이익(benefit and enjoyment)'이 아니라 '모든 국민(the people)'이었다. '사유(私有)'가 아닌 '공공(公共)의' 공원이라는 데 있다는 말이다(이지훈, <국립공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우스톤 / 위대한 발견, 국립공원’의 역사와 의미>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4284 참조).
다시 강조하지만, 당시 미국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규제와 제한 없이 땅을 소유할 수 있던 때였으며 개인들 간 땅 차지 경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잠재적 투자가치가 있는 주요한 경관지역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공의 소유와 대중의 이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매우 획기적이며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이 문구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은 생략하고 단지 자구적 해석('즐거움과 이익' 등)에 의거 실용주의적 정책을 상징하는 문구로 평가한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립공원 정책의 이념은 무엇인가? 여기서 상세히 살펴볼 시간은 없다. 단 '각각의 현실은 어떠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미국 국립공원의 이념은
'보존(preservation)'이란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 국립공원청은 그들의 홈페이지에 그들의 제일의 사명(mission)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The National Park Service preserves unimpaired the natural and cultural resources and values of the National Park System for the enjoyment, education, and inspiration of this and future generations." (국립공원국은 현 세대 및 미래세대가 즐기고, 배우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손상되지 않은 자연적 문화적 자원과, 국립공원 시스템의 가치를 보존한다.) - www.nps.gov말 그대로,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즐기고 배우기 위해서라도 (앞서 얘기한 국민의 즐거움과 복리를 위해) 자연·문화 자원과 국립공원 시스템을 '손상되지 않게 보존'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특히 '있는 그대로의 자연경관'을 그들은 매우 중요시한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관리했던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미국의 국립공원은 야외 휴양지로서의 기능이 강조되면서 탐방객의 폭증, 과도한 인공 편의시설의 도입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1950년대 이후부터 레크리에이션 기능 보다는 자연경관의 보존과 야생동식물의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재평가에 따라 엄격한 관리를 해오고 있다. (이지훈, 국립공원에 '불 지르는(!)' 공원관리청-(3)국립공원의 이념(상))
물론 이러한 이념이 일부 국립공원에서는 여전히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드시 공개적으로 수정 보완돼야언급한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특히 국립공원의 역사가 역설적으로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는 정든 땅에서의 추방의 역사였으며 세계 최초의 보존난민이었다는 코멘트 등은 적절한 지적이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이 혹여 언급한 문제로 인해 빛을 가리게 되지나 않을까 저어된다.
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공개적인 보완 수정작업이 뒤따라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그 내용이 이번 취재를 총정리하는 결론 격이니 더욱 하는 말이다.
EBS를 사랑하는 시청자 중 한사람으로서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프로그램을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또한 다른 방법을 통해 시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미 시청한 국민들이 혹여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BS 다큐프라임팀의 발전과 건승을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로, 현재(작년 8월부터) 미 스탠포드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미국의 국립공원 관리 정책’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 3월초부터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www.jejusori.net)와 ‘희망제작소(상임이사 박원순)’의 세계도시라이브러리(www.makehopecity.com)에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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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 온 후 행복(국민총행복)과 행복한 나라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는 행복연구가. 현재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전 상임이사)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시민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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