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늘진 곳에는 꽃망울이 맺혀있는 것도 보인다.
김동욱
봄비는 매화 꽃잎과 가지를 적시고 땅으로 스며들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얗고 발그레한 솜털이 산 전체를 감싼 듯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한 송이 한 송이 범접할 수 없는 도도한 자태에 눈이 어지럽다. 마침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마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할머니, 매실은 언제 따나요?"다짜고짜 매실 언제 따냐니? 하하. 묻고 나서도 스스로 어이가 없다. 아마 이 동네 주민들에게는 매화꽃에 대한 낭만적 감상 따위보다는 현실적인 이리에 대한 물음이 더 와 닿을 거란 생각을 한 지도 모르겠다. 역시 할머니께서는 아주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빠르면 5월 말, 그러니까 28일쯤이면 땁니더. 그래도 지대로(제대로) 익은 거 딸라마(따려면) 6월 초나 돼야지."그리고 이 할머니, 시골 사람 특유의 친철함으로 영포마을에서는 20~3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매실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과 여기 매실은 다른 지방 매실과 달리 순수 토종 매실이어서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꽤 있다는 얘기를 하신다. 실제로 원동매실은 우리나라 토종 매실이다.
나는 토종 매실과 개량종 매실이 어떻게 다른지, 또 그 구분이 왜 필요한지는 알지 못한다.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토종 매실은 개량종보다 알이 작고 향이나 액이 더 진하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