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한결 같아야

[주간증시] 안정을 찾았지만 근본 해결은 시간 걸려

등록 2008.03.24 10:08수정 2008.03.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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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무척 큰 한 주였다. 오르락 내리락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새벽에 미국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졌고 증시의 움직임이 어떠했는가를 눈을 비비며 쳐다 보아야 했다. 상황이 절정에 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했다. 한편으로는 천수답 경제의 아픔을 느끼는 한 주였다.

 

FRB의 신속한 조치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다소 안정

 

지난 주 전반에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증시가 후반으로 가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진원지인 미국의 움직임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다. FRB에서 2000억달러를 긴급 지원한 것에 이어 금리를 0.75%P 인하하고 재할인율도 같은 수준으로 인하를 단행했다. 여기에 서브 프라임으로 걱정했던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다소 안정을 찾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신용경색 위기에서 다소 벗어나는 느낌과 함께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이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우려를 자아냈던 것과는 달리 속절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앞으로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달러의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때마침 마진 콜을 당하는 등 자금 부족에 시달렸던 헤지펀드와 투기성 자금이 빠져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고용동향의 악화와 경기선행지수의 5개월째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의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의 차익 실현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었고 상품시장으로 갔던 자금이 다시 금융시장으로 돌아오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가 상승의 압박으로 작용했던 원자재가 정상적으로 되돌아옴으로써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상품시장의 상승 사이클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렸다고는 하나 아직 높은 가격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며 아시아시장의 발전으로 인한 수요는 변함이 없고 원자재의 부족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 프라임으로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도 이어지고 있고 아직도 숨겨진 부실을 캐고 있는 상황이다. S&P사가 미국의 주택가격은 전고점 대비 최대 20%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버냉키의 집값도 내렸다고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의 주택 가격 안정이다. 이러한 시그널이 나오기전까지는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이번에는 환율이 말썽

 

원자재 가격이 다소 진정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환율에서 말썽이 일고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로 인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화는 그 이상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입물가가 20% 이상 급등하는 등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환율 급등은 경상 적자와 외국인 주식매도와 배당의 송금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나 단기 급등한 것으로 보았을 때 투기적인 자금 유입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900원대 환율은 비정상적이라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정부가 6% 성장을 위한 환율의 고의적인 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보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정부는 수출 늘리고 수입물가 떨어트려 물가 내리고 해외여행 자제시켜 서비스 수지 개선 시켜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등 주변 여건을 무시하고 단순히 환율 상승이라는 한 가지 정책으로 한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것이다.

 

해외변수 안정되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시간 필요

 

국내시장도 해외변수의 흐름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였다. 베어스턴스의 몰락으로 투자은행의 도미노식 파산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FRB의 신속한 조치로 마무리되고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도 잠시 뒤로 물러 났다. 환율도 잠시 주춤하면서 시장도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서브 프라임으로 급락세를 면치 못했던 금융주들이 오랜만에 주가의 반등을 이루어냈고 환율 수혜가 예상되는 수출 관련주들의 꾸준한 상승이 이어지면서 1600p대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인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투자은행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원자재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고공행진중에 있어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가셨다고 볼 수는 없다.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미국 경기의 긍정적인 회복 신호와 함께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각종 지표가 반등의 모습을 나타내기까지는 외국인들의 매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견지해야 하며 자리를 잡는 과정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펀드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시장으로 인해 직접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간접적으로 펀드에 투자를 하는 분들도 심적인 아픔이 매우 크다. 펀드에 투자를 하더라도 어느 펀드가 좋다더라하면 바로 뭉칫돈을 넣어 버린 고객들의 심정은 더욱 타 들어 갈 것이다.

 

된장은 오래될수록 좋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맛에 맞는 장맛은 무조건 항아리 뚜껑을 닫아 놓고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햇볕이 나면 뚜껑을 열어 햇살을 쬐어 주고 비가 오면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정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장맛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펀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선택한 이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펀드에는 만기가 없다. 초기에 환매수수료가 있기는 하지만 일정기간 이후에는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다. 장기 투자가 좋다는 것은 다 안다. 그러나 무조건 넣어 두면 수익이 나겠지 하기보다는 주변의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돈을 넣고 있는 분들은 하락하면 오히려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지만 거치식으로 뭉칫돈을 넣으신 분들께서는 이러한 것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손실을 마냥 보고 언제 회복할까 생각하기 보다는 시장의 박스권 횡보에 맞춰서 변화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똑같은 잣대 필요

 

불안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국에서 급등한 식료품 가격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강제하는 물가 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도 서민들이 사용하는 생활필수품 50개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선정하는 물가 지수를 개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품목이 어떤 것인지 선정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 50개가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갑자기 급조된 것이 서민의 체감물가를 과연 제대로 반영이 될 것인가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아니다.

 

성장이라는 목표에 발목을 잡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식을 정부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하고 물가는 생필품 50개 품목을 정해서 물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보이는데 가능할지 또 필요한지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IMF의 지시에 따라 금리를 올려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부실 금융기관을 없애는 등 뼈를 깎는 아픔을 경험했다. 돈 없고 빽 없고 힘 없는 개인이나 나라나 똑같다는 것을 보았다. 그 때의 상황이 지금 힘 있는 나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처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파산직전의 금융회사에 돈 공급해서 살려주고 금리 내려서 신용경색 풀고 모든 것을 놓지 않고 어머니가 자식 품 안에 품듯 품고 가고 있다.

 

한국에 적용했던 그 원칙이 사라지고 자기 자식만은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다른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위기 상황이라고 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대처가 시대적인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하고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특히 경제 대통령이라서 더 그러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은 어느 한 조직에 속해 있다. 그 조직 속에서는 수많은 갈등 요인이 등장한다.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생각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되어질 때는 리더십을 발휘해서 조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조직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귀도 기울여야 한다. 막무가내식 독불장군이어서는 안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조직을 이끌 수는 없다.

 

조직의 이끌기 위한 일정한 잣대가 있듯이 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항상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일정해야 한다.

2008.03.24 10:08ⓒ 2008 OhmyNews
#증권시장 #증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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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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