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3] 03년 대비 항목별 교육물가 인상률(07년 기준)
송경원
5년 동안 교육물가를 주도한 것은 역시 유치원비, 학원비, 대학등록금의 빅3였다. 유치원 납입금은 38.8% 오르고, 사립대 등록금은 28% 올랐다. 학원비 또한 고입 대비든 대입 대비든 25% 정도 뛰었다. 아이가 얼굴에 범벅이 되면서도 맛있게 먹는 자장면이 8% 오른 것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상당하다.
그런데 유치원, 학원, 대학은 한국 교육에서 시장화가 가장 많이 진척되어 공교육의 원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학원은 애초부터 시장이 맡았고, 동네에서 국공립 유치원이나 대학을 발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고, 거기에 아이를 들여보내는 것은 신의 선택을 받아야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빅3는 아비와 어미에게 필수재다. 아이를 유치원, 학원, 대학에 보내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맞벌이가 아니라면 또는 강심장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그러니 내라면 내야 한다.
이럴 때 공급자의 입장에서 가장 쉽게 돈 버는 방법은 무엇일까. 수요가 안정적이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자는 무엇을 할까. 같은 물건이라도 비싸게 파는게 낫다. 공급자끼리 경쟁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동종업종끼리의 이심전심 담합’으로 비껴날 수 있다. 덕분에 오늘도 아비와 어미의 지갑은 비워진다.
빛보다 빠른 스피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교육물가 인상 예상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전혀 다른 것으로 회자되는데, 그렇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원전에 대한 충실도 정도다.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 원전과 거리를 약간 두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원전에 충실하고자 한다. 참여정부가 공교육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신경을 썼다면, 이명박 정부는 오로지 시장이다. 하지만 커피에 프림을 타건 타지 않건 간에 커피는 커피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아교육-보육의 일원화라는 과제 또한 진척되지 않았다. 대학등록금 자율화도 여전했다. 그리고 대학본부만의 등록금 자율화는 등록금 천만원 시대를 낳았다. 임기 중반 이후부터는 국립대 법인화도 추진했다. 특목고 역시 늘었다. 자사고는 2002년에 3개, 2003년에 3개가 문을 열었으며 특목고는 12개가 새로이 세워졌다. 그 기간 동안 고교 입시 대비 사교육도 늘었다. 그러니까 유치원비, 대학등록금, 학원비 상승에 참여정부의 공은 혁혁했다.
바톤은 이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갔다. 물론 바톤 주고받기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거추장스러운 공교육의 원리를 버렸다. 오직 시장원리만을 되뇌인다. 유아교육? 후보 시절의 교육공약에서 유아교육 관련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지난 3월 20일에 있었던 교육과학기술부의 <2008년 업무계획 보고>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교육복지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했으나, 유아교육은 아예 관심 밖이다. 하긴 그동안 보육 업무를 담당했던 여성가족부를 없애려고 했던 정부이니.
대학등록금? 마찬가지다. 대학입시마저도 대학본부 맘대로 하라는 정부인데, 학생 무시하면서 대학본부 마음대로 등록금 책정하기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다. 국가장학제도를 구축하고 기초수급자 전원에게 무상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대선 전에 '등록금 반값'을 이야기했던 한나라당과 이주호 교육문화수석이 올해 초반의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교육과기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땅에서 국립대의 씨를 말려 사립대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한셈.
법인화 때문에 그동안 국립대가 대학등록금을 연 10%씩 올려왔는데, 당연히 앞으로도 비슷하겠지. 참고로 2007년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국립대가 비슷한 규모의 사립대와 예산을 맞추려면, 등록금을 경북대 192만원(57.4% ↑), 부산대 189만원(57.1%), 충남대 335만원(101.1%), 전남대 249만원(72.4%), 전북대 412만원(127.6%) 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학원비는 어떻게 될까.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인데, 이걸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신 사교육 대박을 예상하는 이들은 꽤 된다. 증권가는 주가가 위태위태한 지금도 "사교육 주식을 사라"고 투자 의견을 낸다. 여기에 부응이라도 한 듯 작년 10월 9일의 교육공약 발표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언급으로 사교육 주가가 폭락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대신 오르기 바빴다. 이런 상황은 교육과기부 업무보고가 있었던 3월 20일에도 마찬가지다.
…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새정부의 2009학년도 대입의 주요골자는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으로 요약된다”며 “이는 대학의 학생 선발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며 대입체제를 과거 수능 중심으로 돌려놓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 한국투자증권은 중등 사교육 시장의 고성장을 예상했다. “중등 시장은 잠재 성장성이 고등부에 비해 월등히 높으데다 아직 형성 단계에 있어 새로운 사업자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 “새정부의 교육 정책이 시장 경제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갖춘 메가스터디가 최고 수혜 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08년 3월 20일 자, “교육 株, 중등 사교육 고성장 기대” -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쯤이야 무시하라딱 한 달 전인 2월 22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사교육 실태 조사 및 사교육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만여명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교육의 원인을 물었더니, 대체로 1순위로 학벌사회를, 2순위로 대학서열체제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