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친구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흐느끼고 있다.
남소연
지난해 할머니와 지내던 조손가정의 아이가 혼자 있다가 개에게 물려 죽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방치된 아동들은 범죄와 위험에 늘 노출돼 있어 사회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회복지사는 "골목 안의 오락실에서 비행청소년 형들과 만나 도벽에 빠져 절도사건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대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비행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나이의 아동․청소년들은 동네에서 놀다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골목길에서 '보여달라'거나 '만져달라'는 등의 '성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른이 없는 빈 집에서는 음란비디오를 보거나 집안에 있는 여자아이를 상대로 성폭행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아동복지 전공) 교수는 "저소득층 맞벌이가정의 경우에는 부모님의 근무시간이 불규칙해서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어른의 보호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함께 저소득층 통합서비스 욕구조사를 해보면 가장 시급히 원하는 바가 방치아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는 방과 후 방치아동 문제에 대해 등한시 해왔다"며 "그동안 지역아동센터를 늘리기는 했지만 규모나 프로그램 면에서 여전히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지역아동센터 늘어났지만, 여전히 방치되는 아이들실제 지역아동센터의 혜택을 받는 아동의 수는 매우 적다. 학교도 수업시간이 끝나면 시설을 폐쇄해 아이들이 적당히 머물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아이돌봄이' 서비스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사업내용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실제 사용자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봉주 교수는 "지역사회에 방치된 아동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사회적 아동케어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치아동의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한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며 "일정 소득 이상의 가정에서는 정부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부담할 용의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서비스의 핵심 대상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돼야 하겠지만, 최근 여성의 노동참여율과 친척체계가 무너진 핵가족시대에 맞는 '사회적 돌봄'이 일부 계층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서비스'로 확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동돌봄이서비스는 질이 열악하고 신뢰감이 없으면 차라리 사교육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복지국가의 지름길은 제대로 된 아동·청소년 돌봄서비스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을 돌보는 책임을 아직도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수준과 가족구조의 변화를 판단할 때 보호와 양육기능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 가족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혼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긴급 출장을 가는 '일시적 돌봄이' 파견, 방과후 아동지원 등 여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며 "전국 65개소에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해 지난해 한해동안 9만7000여건의 도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아카데미 등을 열면서 정부도 많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100% 정부가 모든 지원을 할 수도 없고, 또 예산이 부족해 전부 지원할 수 없음을 이해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