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2월2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유성호
본질은 다르지만, 이번 총선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향을 등진 또 다른 '역선택'의 주인공은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다.
김효석 대표의 지역구는 원래 전남 장성·담양·곡성 선거구다. 태어난 곳은 장성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고향을 떠나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에 출마한다. 지역구 의원이 고향을 떠나 출마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특히 대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은 지역연고를 따지는 정서가 강하다.
김 의원이 이런 모험을 하게 된 것은 전남지역의 최대 현안인 농촌지역 인구감소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자의'보다는 '타의'에 따른 것이다.
전남은 인구의 자연감소로 많게는 2석이 줄어들 판이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인구하한에 미달한 강진·완도(9만7553명) 선거구다. 우여곡절 끝에 강진(4만1352명)은 인근 영암·장흥 선거구에 통합되고, 완도(5만6201명) 역시 인근 해남·진도 선거구에 통합되어 통합민주당 이영호 의원의 지역구인 강진·완도 선거구는 공중 분해되었다.
같은 당 이낙연 의원의 지역구인 영광·함평(9만6835)은 그보다도 더 인구가 적었다. 그러나 운 좋게도 살아남았다. 광양시·구례군 선거구에서 광양시(13만8865명)가 독립 선거구로 분리되면서 구례가 담양·곡성·구례로 묶임에 따라 오히려 장성이, 인구 감소로 분해될 위기에 처한 영광·함평 선거구와 묶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교·대학 선후배인 김효석과 이낙연의 '신사협정' 김 의원이 고향에서 출마하려면 이낙연 의원과 공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일고·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선거구 조정을 예견하고 오래 전에 공천 싸움을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그런데 장성이 영광·함평과 묶이자 김 의원은 미련없이 고향을 떠나 담양·곡성·구례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김 의원에게 고향 출마의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1당의 원내대표인만큼 선거구획정위에 영향력을 미쳐 선거구조정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선거구획정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자신의 지역구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전남지역 선거구가 감소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메모 쪽지만 전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역선택'에 '타의'만 작용한 것도 아니다.
이번에 당선되면 3선 의원이 되는 김 대표는 3선 의원들이 겪는 공통의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즉, 선수(選數)를 더 늘려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광역단체장이나 모든 정치인의 꿈인 '대권'에 도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김 의원이 고향을 등지면서까지 '역선택'을 한 것은 광역단체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어쨌건 제1당의 원내대표인 김 의원의 '역선택'으로 이낙연 의원은 더 탄탄한 지역구를 얻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고향 출마를 당연시하고 '무주공산'이 될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에 눈독을 들여온 국창근, 고광진, 고현석, 김광영, 김정범, 양성철, 최형식씨 등 통합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김효석 출마 반대 논리는 '타향 사람 왕따 놓기'이들이 김 의원의 담양·곡성·구례 출마를 반대하며 내세운 논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지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역연고 정서가 강한 농촌지역에서 고향을 놔두고 인근 선거구에 출마함으로써 이 지역이 마치 ·국회의원 한 사람 내세울 수 없는 지역'으로 취급되는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반대논리는, 원내대표쯤 되는 중량급 정치인이면 당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수도권에 진출해 한 석이라도 더 얻거나, 적어도 광주 같은 대도시에서 출마해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진출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당과 공천심사위가 김 의원에게 서울 출마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연명으로 서명해 제출하기도 했다. 또 이들 가운데 일부는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며 '담양·곡성 무소속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자존심'과 당을 위한 '더 나은 선택'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타향 사람을 배척하기 위한 내 고향 연대'다. 일종의 '타향 사람 왕따 만들기'인데, 이런 '왕따 캠페인'이 일단 정서적으로는 일부 지역민에게서 호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내 고향 연대'의 '김효석 왕따 캠페인'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