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
이정환
김범수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한동안 밤잠을 설쳤다."남승우 "아닙니다."김범수 :뜻밖인데요? 그럼 경쟁사 어느 제품보다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남승우 "네."김범수 "나는 다시 태어나도 풀무원에서 일할 것이다."남승우 "네."김범수 "한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웃음)"김범수 아나운서와 남승우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의 '예, 아니오 문답'. 물론 TV 프로그램 토크쇼 내용은 아니다. 정기 주주총회 참석자 200여 명 앞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다.
한국 주주총회 역사에 새로운 시도가 기록됐다. 20일, 서울 남산에 있는 '문학의 집'에서 열린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아래 '열린 주총')는 이른 바 '10분 주총'이 아니었다. 회사의 "어제, 오늘, 내일"을 주제로 '열린 주총'을 하기에는 200분도 충분하지 않은 듯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말 그대로 "제품 시식회도 하고 점심까지 먹는 이런 주주총회는 처음 봤다". 참석자들은 신제품을 먼저 맛볼 수 있었고, 점심 식사 시간에는 회사 임원진들로부터 간단한 '접대'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다.
"연해주 등 대순진리회 확보 지역", 해외곡물 확보 '거점'으로 꼽아 [1분 요약] 남승우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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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말이면 풀무원의 주식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남승우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의 발언이다. 남 대표는 풀무원 주가와 관련한 질문에 "풀무원은 지주회사로 회사 성격상 단독 재무제표로는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면서 "국제 IFRS 기준을 적용한 통합 재무제표를 2009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 대표는 '해외 곡물 확보사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고유가·곡물가격 급등 시대의 핵심 대응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농산물 수입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계약 재배 형식 또는 직영 재배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 대표는 "대순진리회가 확보하고 있는 연해주 지역과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농업기술과 영농자금 지원을 통한 장기적인 계약 재배가 가능한 곳"으로 꼽고 "금년 중으로 계약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남 대표는 최근 농심의 이물질 파문과 관련하여 "지금 풀무원은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오지 않고, 다만 유기농 콩만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고 전제하고 "콩 재배지 관리부터 이동 과정을 모두 추적하는 갭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남 대표는 대기업과의 경쟁 구도와 관련 "우리 풀무원의 최대 자산은 브랜드이며, 적어도 브랜드 신뢰도에서는 아직까지는 (대기업보다)우월하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브랜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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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이물질이 농심에서 나왔는데"... "우린 그럴 일 없어요"특히 김범수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열린 토론'을 통해 주주와 고객들은 개인적인 호기심에서부터 '곡물가 폭등 시대'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회사와 CEO에 대한 궁금증을 비교적 자유롭게 풀 수 있었다. 고함이나 욕설 대신, 남승우 대표와 주주들 사이에 오간 '열린 토론'부터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