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후보자의 이색벽보가 눈길을 잡아끈다.
이화영
부모의 역할은 선거홍보물이나 연설문을 함께 만드는 것까지였다. 나머지는 모두 아이의 몫이었지만 곁에서 지켜보기에도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뭘 그리 열심히 하느냐고 하면 "출마했으니 당선 돼야죠? 깨끗하게 반칙 없이 (선거운동)하면 되잖아요."라며 제법 어른스런 답이 돌아왔다.
큰딸 슬인에게는 태어나 5학년까지 자라오면서 이번 선거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만큼 아이도 이번 선거에 열정을 쏟았고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냈다. 아이에게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지만 속내는 좋은 결과가 어느 때보다 기다려졌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투표가 있던 금요일(14일), 아내에게서 비보가 날아들었다.
"슬인이 안됐대요. 집에 있는데 우울모드에요."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도 풀이 죽어 있었다. 위로를 해주기 위해 아이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슬인아! 그동안 열심히 했잖아. 끝까지 열심히 해준 우리딸 자랑스럽고 정말 사랑해. 지금 슬퍼할 때가 아냐 널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당선된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는 거야. 실패는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인거야. 힘내 알았지.""네" 전화선을 타고 눈물이 묻어 있는 슬인이의 대답이 흘러 나왔다.
"아빠 기사 쓰실려구 물어 보시는 거죠"다음날 선거운동에 고생한 아이 친구들과 분식으로 점심을 먹고, 기분 전환을 시켜줄 요량으로 지인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저수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