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 약수터를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그러면서도 그는 손 대표와의 대결을 '기구한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은 경기고-서울대-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박사로 이어지는 이력을 공유했다.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고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당이 달라져서 정치 1번지에서 승부를 겨루게 됐다"며 "얼마 전에 손 후보를 결혼식장에서 만났는데, 서로 페어플레이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에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인기가 대선 직후만 못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영어몰입 교육 논란 등으로 인해 과거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한 것도 인수위 분과간사까지 지낸 그가 아쉬워할 대목이다.
박 의원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고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데 장관 후보자 낙마도 있었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이런 어려움이 쓴 약이 될 수 있다"며 애써 여유를 보였다.
다소 육중한 체구의 박 의원은 "인수위에서 계속 책상에 앉아서 일하다보니 체중이 조금 늘었다"며 "선거운동 하다보면 5kg는 자동으로 빠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손학규] 장관·지사 등 화려한 경력 자랑... 한나라당 탈당 전력 '꼬리표'박 의원의 도전자로 나선 손학규 대표는 19일의 첫 일정을 창신동 숭인공원에서 시작했다. 낮에는 공천 마무리와 타 지역 후보 지원 활동 등으로 지역구 활동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아침운동을 나온 주민들에게 일단 '전입 신고'를 한 셈이다.
공원의 한 주민이 "운동 나온 사람들에게 커피를 팔아 불우이웃을 돕고있다"고 하자 손 대표는 커피를 사주며 "내가 복지부 장관을 하지 않았나? 정부 예산으로 다 감당을 하지 못하니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웃을 돕는 게 최고의 복지"라고 자신의 경력을 은연중에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종로 입성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지지자가 손 대표의 탈당 전력을 거론하자 두 사람 사이에 즉석 정치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 "한나라당에서 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다 했는데, 민주당으로 간 게 너무 아쉬워요."
손 대표 : "내가 한나라당을 개혁하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강부자 내각', '1% 특권층'얘기 나오고… 한나라당은 '이웃돕기 정신'이 부족한 것 같아요."
지지자 : "탈당할 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이었잖아요? 그리고 민주당에서 유승희 의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손 대표가 온다고 하니…."
손 대표 : "비례대표를 하면 쉽게 의원이 될 수도 있지만, 서울시와 각 구청, 시의회가 한나라당 일색 아닙니까? 여야의 균형을 잡아보려고 나왔으니 제발 야당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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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만난 종로구민 "그래서 종로에서 자신있어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택한 종로구의 주민들을 만나기위해 19일 오전 7시 종로구 숭인공원을 찾았다. ⓒ 문경미
손 대표는 자신보다는 당을 강조하는 데 선거운동의 초점을 맞췄다. 손 대표의 '변신'에 비판적인 시각이 남아있고 야당의 대표주자로서 충분히 각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극도로 낮추고 정당 대결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들른 허름한 식당이나 미용실에서 '국회의원 이명박', '국회의원 노무현'이라고 적힌 벽시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종로의 지역특성 중 하나다. 이명박·노무현 전·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종로에서 당선되며 대선주자로서의 기반을 다진 만큼 종로구 주민들에게 스며들어있는 '대통령을 만든 지역구 주민'이라는 자부심이 손 대표의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이곳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두 대통령의 대권운이 자신에게 이어질 것을 기대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손 대표 자신은 "벌써 두 사람이 종로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는 지지자들의 얘기를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서부지역에선 한나라당, 동부지역에선 민주당이 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