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사원을 무너뜨렸으나, 나무를 의지하지 못한 돌들은 바닥에 뒹굴고
이승열
긴 세월 사람이 살지 않는 밀림 속 모든 사원의 모습이 따 프롬과 비슷했겠지만, 따 프롬과 몇몇 정글은 오랜 세월 나무와 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완전히 하나가 되어 지내 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발견됐을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복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뱅골 보리수며, 그물망처럼이나 촘촘하게 뻗은 나무 뿌리(스펑)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모습은 그 오랜 세월의 과정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통행로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빼고는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고 하니, 1860년 앙코르를 발견한 앙리 무오가 느꼈을 당시의 경이와 찬탄이 지금의 내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물어진 돌 사이에 숨겨진 회랑, 그 회랑 내부에 쌓인 돌무더기, 끊어졌나 싶어 돌아서면 다시 이어지는 회랑, 그 안 부조에 선명하게 새겨진 다양한 표정의 무희들. 풍경이 이러하니, 길을 잃지 않고는 따 프롬을 제대로 만날 수가 없다. 난 그저 길을 잃고 돌무더기 속에서 아직도 춤을 추고 있는 무희와 눈을 마주보고 선다. 나무들의 끊임없는 파고듬에도 천년의 세월 동안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나를 맞아주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