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는 제인 구달의 밥상 이야기.
사이언스북스
먼저 정신적으로 무장하기에 좋았던 책은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이었습니다.
2006년 가을, 서울의 화계사에서 발우공양을 포함한 특강을 들으면서 읽게 된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식품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이야기부터 유전자변형 식품의 문제점,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거대 기업들의 횡포에 대해 세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을 위해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각종 성장 호르몬제와 화학 비료, 항생제를 사용해 농작물을 길러내고, 더 많은 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비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소나 돼지를 몰아넣고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제가 범벅이 된 동물성 사료로 기릅니다.
게다가 국경을 초월하는 거대 기업들의 유통망은 전 세계 밥상을 빠르게 단일화 하면서 지역 사회의 건강한 음식문화를 파괴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제인 구달의 제안은 간단명료 합니다.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못 지킬 게 없어 보이는 아주 쉬운 방법들입니다. 그는 우리 '소비자의 힘을 이용하자'고 말합니다. 우리가 어느 제품에 지갑을 여느냐에 따라 기업은 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데, 당연하면서도 제일 쉬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 고장에서 나는 제철 유기농 식품을 먹자'는 제안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게 되면 자연히 생산자들이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아이들의 밥상에 관심을 갖자'고 주장하면서 집에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여도 학교 급식이 엉망이라면 절반의 실패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요. 아이의 급식까지 신경쓰는 학부모들이 결국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슬로푸드를 먹자'고 권합니다. 진정한 웰빙은 속도를 늦추는 데서 시작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지만, 사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항목이기도 합니다. 워낙 바쁘게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천천히 만들어 먹으며 한 끼 식사에 긴 시간을 할애하자는 주장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지요.
간단한 조리법으로 차리는 '소박한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