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변호사.
권우성
- e-삼성 사건이 불기소 처분됐다. 특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매우 실망했다. 나머지 경영권 승계 사건들에 대해서도 많이 걱정된다.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의 지위와 역할은 그룹 내에서 매우 절대적이다. 구조본이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와 고용, 승진 여부를 모두 결정하기 때문이다. 구조본이 개입했다면 계열사들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구조본의 개입 자체로도 배임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 특검이 재벌체제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나. "봐주기 식 수사다.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쳤더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이뤄진 거라면 배임혐의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 판례상 위험발생의 가능성만 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배임죄로 기소할 수 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것처럼 결과적으로 이익이 났다는 주장은 양형 감형 사유일 뿐이다."
-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삼성 특검을 "삼성을 특별히 봐주는 검찰'이라고 꼬집었다."검찰은 상명하복 체계가 있다. 그러나 특검은 상사가 없다. 국회가 법을 만들어 임명한 특별검사다. 따라서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조준웅 특검은 국민의 눈치만 보면 된다. 그런데,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특검은 공소시효를 앞두고 고발주체에게 항고 기회를 주기 위해 미리 불기소 여부를 밝혔다고 말했다. 특검이 고발주체인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에 선심을 베푸는 느낌인데. "항고를 하게 되면 고검이 남은 항고기간을 감안해서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살핀다. 오늘(17일) 항고장이 접수됐다. 공소시효 만료까지 딱 1주일 남았는데, 그 기간동안 수사기록 5천 페이지를 다시 검토하라는 것이 무슨 배려인가. 조 특검의 기자브리핑 내용을 보면, 삼성 쪽 변호인인가 의심들 정도로 삼성 쪽 주장을 반복했다."
"특검이 구조본의 실체를 인정한 것은 긍정적, 그러나"- e-삼성사건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불법경영권 승계의혹을 밝힐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주목돼왔다. 향후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련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걸로 보나."e-삼성 사건에서 특검이 구조본의 지시와 개입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에버랜드 편법 경영권 승계의혹 사건의 경우에는 구조본의 개입이 인정돼야만 이건희 회장의 기소여부가 결정된다. 특검이 e-삼성 사건에 국한해 구조본의 역할을 인정하고 다른 사건에 대입하지는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특검이 구조본의 중심적인 개입을 확인했다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개입을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
- 이건희 회장의 '구속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기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10조원이 넘는 돈이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다.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들의 차명주식으로 가지고 있는 금액이 3조원이 넘고, 특검팀이 전에 비자금 규모가 5~6조원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건희 회장 몰래 그 정도의 돈이 차명계좌로 관리될 수 있었겠나. 이 회장이 이 돈의 실체를 모를 리 없다. 최소한 에버랜드 건을 비롯해 이 회장은 기소될 수밖에 없다. 차명주식 등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검의 역할은 그를 넘어 횡령, 배임까지 밝혀내 기소하는 것이다."
- 특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으로 채권과 백화점 상품권을 대량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로 삼성의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다. 삼성생명 지분의 16.2%가 차명으로 밝혀지고 세금과 벌금까지 내게 된다면, 이건희 회장 일가는 우호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줄이 상당 부분 날아가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삼성생명 지분이 차명으로 밝혀지면 순환출자구조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 일련의 기획이었다는 유력한 증거가 보태진다는 셈이다. 이 점이 핵심 쟁점이다."
-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 밝혀낼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봐야 한다. 그렇게 가지 않으면 잘못된 수사다. 원래 강찬우 부장검사(현 파견검사)가 4대 의혹 사건(에버랜드·e-삼성·서울통신기술·삼성SDS)의 주임검사였다. 강 부장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이 드러나는 것이 결국 나머지 사건들도 이 회장과 구조본의 기획에 의한 작업과정이었다는 걸로 밝혀지는 것이라는 의미를 잘 알 것이다."
- 특검 수사결과가 삼성그룹의 문어발 식 재벌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어발 식 경영을 끝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삼성그룹이란 재벌이 해체될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도덕적으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 잘못된 구조본의 개입이 약화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 특검수사가 그 정도까지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나."우리가 확인한 것은 삼성이 조준웅 특검에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삼성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지 않느냐는 의심은 한다. <한겨레>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가 '이제는 회장님이 나서야 할 때'라는 칼럼을 썼다. 그 칼럼에 소위 '밀약설'이 나온다. 삼성-특검간 '밀약설'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있다.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는 비자금 사건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고 박재중 전무를 대신해 관재파트를 맡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그런데 그를 소환해놓고 1시간 만에, 자료만 내놓고 돌아가도록 했다."
- 수사의지가 없다는 말인가."특검이 제대로 수사한다면 전용배 상무는 매일 불러 조사해도 모자라다. 미리 자료만 건네고 가겠다고 약속돼 있지 않는 한 이럴 수는 없다. 과연 특검이 수사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김인주 사장이나 이학수 부회장도 날마다 불러야 한다. 이게 수사기관의 임무다.
제일 큰 문제는 관계자들이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의자가 부인하면 '그래 어쩔 수 없지' 이게 수사기관인가. 부인하더라도 엄히 추궁해서 진술의 모순을 찾아내고 다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식의 수사라면 특검에 들인 많은 비용과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