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5)

―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최백호의 만년의 히트작' 다듬기

등록 2008.03.18 13:46수정 2008.03.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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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섬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 섬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니까 ..  <푸른 하늘 클리닉 (3)>(준코 카루베/최미애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6쪽

 

 ‘장소(場所)’는 ‘곳’이나 ‘자리’로 다듬어 줍니다. ‘도서민(島嶼民)’이라 안 하고 ‘섬 사람’으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섬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니까

 │

 │→ 섬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니까

 │→ 섬 사람들한테 만남터이니까

 │→ 섬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울리니까

 └ …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을 제대로 헤아려야 참된 한국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모습을 살펴보면, 참다운 한국 지식인이 되기보다는 ‘참답지 않아도 좋으니’ ‘세계 지식인’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좀더 많구나 싶어요. 그리고 한국 지식인보다는 세계 지식인이 되는 편이 한결 낫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으며, 지식인은 어떤 사람이냐 하는 데에서도 자기 삶과 생각을 하나로 잇는 사람보다는 머리에 지식만 많이 담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구나 싶어요.

 

ㄴ. 최백호의 만년의 히트작

 

.. 위는 데뷔 시절 하얀 호랑이로 불리며 젊은 날을 구가했던 가수 최백호의 만년의 히트작 ‘낭만의 대하여’의 시작 부분이다 ..  <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정재환, 김영사,2005) 93쪽

 

 ‘구가(謳歌)’는 “기쁜 마음을 거리낌 없이 나타낸다”를 뜻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젊은 날을 누볐던(누렸던,뽐냈던)”으로 다듬으면 좋겠어요. ‘히트곡(hit曲)’은 ‘인기노래’로 손보면 됩니다.

 

 ┌ 최백호의 만년의 히트작

 │

 │→ 최백호가 만년에 히트 시킨

 │→ 최백호가 느지막이 유행 시킨

 │→ 최백호가 느지막이 성공 시킨

 │→ 최백호가 늘그막에 많이 판

 │→ 최백호가 뒤늦게 사랑받은

 └ …

 

 우리 말을 바르게 쓰자는 이야기를 펼친 책에서 토씨 ‘-의 -의’를 씁니다. 이런 토씨가 쓸 만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다른 토씨를 써야 할 자리에 엉뚱하게 쓰니 말썽이 됩니다. “최백호의 만년의 히트작”에서 ‘만년(晩年)’은 ‘늘그막’이나 ‘느지막’으로 걸러내면 좋습니다. “늦은 나이, 늙은 나이”가 ‘晩年’인 만큼 말뜻 그대로, 알아듣기 좋도록 적어야지요.

 

 이렇게 ‘늘그막-느지막’을 쓰면 토씨 ‘-의’를 잘못 쓸 까닭이 없습니다. 앞엣말이든 뒤엣말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토씨 ‘-의’만 잘못 쓰는 일은 드물고 다른 낱말을 얄궂게 쓰는 바람에 토씨 ‘-의’도 자꾸 끼어듭니다.

 

ㄷ. 아야의 관광 명소의 하나

 

.. 현재 아야의 관광 명소의 하나로 손꼽히는 아야성도 이 색다른 것을 찾고자 하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  <숲을 지켜낸 사람들>(고다 미노루/장윤,이인재 옮김, 이크,1999) 55쪽

 

 “나온 것입니다”는 “나왔습니다”로 손봅니다.

 

 ┌ 아야의 관광 명소의 하나로

 │

 │→ 아야에서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로

 │→ 아야에서 관광 명소로

 │→ 아야에서 구경할 만한 멋진 곳으로

 └ …

 

 ‘-의’를 잇달아 두 번 씁니다. 앞에 쓴 ‘-의’는 ‘-에서’로 고쳐야 좋습니다. 뒤에 나온 ‘-의’는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가운데’로 다듬어 놓으면 더 좋아요.

 

 잘못 쓰는 말도 워낙 자주 들으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자칫 ‘잘못 쓰는 말이라지만 널리 쓰고 있으니, 이대로 그냥 쓰자’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한 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조금 더 살피면서 말과 글을 추스르면 좋겠어요. 말과 글을 추스르는 마음은 우리 삶과 생각을 곧게 추스르는 일하고 이어져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2008.03.18 13:4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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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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