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정권은 백골단을 만들어 사람들을 진압하려 했지만, 저항은 결코 억압되지 않았다.
박용수 사진집 <민중의 길>
지난 15일 어청수 경찰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으로 구성된 체포전담반을 신설·운용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전해 듣고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미 "시위현장에서 활약할 체포전담반을 올해 초 선발하여 7월께 교육이 끝나고 일선현장에 투입할 방침"이라는 말은 '쌍팔년도'식 백골단의 출현을 의미하는 게 아니던가 말이다.
예컨대 시위 현장에서 어디까지나 경찰의 판단에 따라 불법과격시위에 대한 과격시위자를 체포할 경우 발생할 과격한 폭력의 수위가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과학적 수사'를 한다고 했다는데, 불법 과격시위에 대처하는 과학적 수사란 것이 지문을 채취하고 유전자 감식을 하는 것은 아닐 터다. 결국 '과격한 진압' 말고 다른 어떤 '과학'이 있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1980년 총으로 집권했던 전두환 정권이 80년도 후반 탄생시킨 백골단의 명성은 시위참가자들에게는 정말이지 악몽 그 자체였다. 무술로 단련된 젊은 경찰관들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몽둥이를 든 채 시위대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 때면 여간해서는 시위 대열이 흩어지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이미 그들의 폭력성은 여러 방면으로 입증이 되었기 때문에 백골단이 하얀 철모를 쓰고 나타나 있는 모습만으로도 당시의 시위대들은 기가 눌려 버릴 정도였다. 그만큼 백골단은 20여년이 흐른 지금 시위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다시 꺼내들고 싶은 유혹이 강한 활용도 높은 고강도의 공권력임은 사실이다.
왜 사람들은 백골단에게 '불법'으로 저항했나 그러나 그 살벌하고 끔찍했던 80년대 백골단들은 시위 현장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대한민국에서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일조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위대들은 백골단의 무차별적인 폭력성에 전의를 불태우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대항 수단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는 피가 튀고 화염병이 난무하는 살풍경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본질은 불법 과격시위의 원인을 제공했던 전두환의 폭압적인 정책이었지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에 매달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백골단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1987년 6월 대한민국 국민들은 불법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불법'으로 차도를 점거하였으며, '불법'으로 화염병을 던졌고, 끝내는 '합법'으로 민주화를 이끌어냈다.
20여년이 지나 백골단 비슷한 것을 만들겠다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업무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을 들어보자.
"외국 텔레비전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한국의 불법 폭력 시위 모습이 비치면 국가적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어 청장의 업무보고를 흡족하게 생각하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니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21세기 백골단의 탄생을 기꺼이 축하해 주겠다는 것이다. 강산이 변하고 시대가 변했다. 과거 상습적인 불법시위대였다가 일개 평범한 시민으로 거듭나서 살아가고 있는 나조차도 우리나라의 폭력 시위가 2001년에서 2007년 사이 215건에서 64건으로 감소했다는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대통령님, '프렌드'의 불법이나 잘 관리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