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한 ‘학벌없는사회’ 하재근 사무처장이 책을 냈다.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라는 부제를 붙인 <서울대학교 학생선발 지침>(포럼 펴냄, 1만8000원)이 바로 그것이다.
고교비평준화지역의 교사인 나는 ‘평준화’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민감함에 정면으로 불을 지핀다.
400쪽이 넘는 분량의 이 책이 말하는 바도 맥락은 하나다. ‘대한민국을 신(新)신분제 사회로 만든 자유화의 흐름을 대학 평준화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등 이른바 '고교 다양화 300 플랜'을 공약으로 내걸고 사실상 ‘고교 평준화’의 해체를 계획하고 있다. 이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이런 살풍경 아래 무한 경쟁하며 살아남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평준화하라니. 그래야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니. 도대체 무슨 소릴까? 하재근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유화 교육개혁은 평준화 보완이 입시경쟁의 폐해를 줄일 거라 했습니다. 하지만 입시경쟁은 학교서열에서부터 발생합니다. …… 당연히 입시경쟁이 가중됩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내걸었던 입시경쟁 완화란 명분도 새빨간 거짓말 쇼쇼쇼였습니다.”
입시 경쟁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자유화 교육개혁이 사실은 입시 고통만 더 키워놓은 ‘거짓말 쇼쇼쇼’라는 것이다. 그는 자유화의 질주가 시작된 원인을 “독재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군사독재의 반감이었던 민주화 운동이 사실은 자유화 운동이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1995년)이 지금과 같은 공교육 시스템의 자유화 질주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함께 뒤를 따른다.
하 사무처장은 “대학을 학문기관, 교육기관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신분을 가르고, 패거리를 가르는 권력기관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그 입시를 기준으로 아래(초중등), 위(고등교육=대학)가 모두 황폐화되는 시스템”이 바로 지금의 대학서열체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대학 서열도 대학 자체의 교육력, 연구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단지 입시성적서열과 관계 있을 뿐”이므로 이런 입시서열을 없애기 위해 “학교별 입시성적(커트라인)을 평준화하자”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대학평준화’다.
당장에 일반화 하기가 힘들다면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국립대부터 평준화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입시 사교육은 물론 사교육비를 없애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그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학벌없는사회’나, 이 책에서 격정적으로 부르짖는 대학서열체제 해체를 위한 평준화 모두 우리 사회가 지닌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국민성공시대’에도 자유화 파탄은 계속된다”는 그의 외침을 한 번쯤 귀담아 들어두는 것도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이 책이 대학에 다니지 못한 이들이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전문계(옛 실업계) 출신의 독자들에게 지은이가 의도한 만큼 핍진하게 와 닿을지는 잘 모르겠다.
또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최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되도록 썼”다고는 하지만 10대~20대의 평범한 나의 제자들이 읽기에는 그래도 좀 ‘딱딱’해 보인다. 비슷하게 겹치는 내용을 다듬어 책의 분량을 줄이고 조금만 더 ‘부드럽게’ 화법을 바꾸어본다면 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008.03.18 09:5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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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지음,
포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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