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꼬매 오름입구에서 본 노꼬메 오름,지난 해 5월 탐사했을때는 야생화가 만발했다.
김강임
노꼬메 오름, 봄을 잉태하기 위한 환절기
춘분을 나흘 앞둔 휴일, 해발 90m에서부터 시작되는 노꼬메 용암기슭에는 이른 아침부터 오르미들이 술렁입니다. 봄 마중을 나온 게지요. 하지만 ‘바람의 신 영등신’이 머물러 있으니 제주바람은 아직 매섭습니다.
지난해 5월이었습니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노꼬메오름 입구는 밀가루에 계란을 풀어 노릇노릇 지져낸 부침이 같은 노랑제비꽃이 수를 놓았었지요. 노란 꽃방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3월의 노꼬메오름은 환절기입니다. 계절의 교차로, 겨울이 봄을 잉태하는 순간이라 할까요. 때문에 검붉은 흙덩이만이 속살을 내밀 뿐. 보랏빛 제비꽃도 클로버 이파리도 화산쇄설물속에 숨어 있습니다. 황무지 같은 기생화산에 뿌리 내릴 야생화들이 터를 잡기까지는 봄바람과 햇빛이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