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일기' 캔버스에 아크릴과 혼합재료 33×53cm 2006
김형순
김병종의 '쿠바일기'를 보면 영락없이 동화 속 풍경이다. 마치 쿠바 아니 수도 아바나를 압축시킨 카드엽서 같다. 모두 둥글둥글하고 뭐하나 모진 데가 없다. 그림 속 아이콘이 다 귀엽고 정겹다. 말, 나무, 나비, 태양, 선인장, 야자수, 자동차, 작은 집들 그리고 악사, 수영하는 소년, 소곤대며 이야기 나누는 이들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
쿠바에 대한 김병종의 현란한 수사학은 거침없고 끝도 없다.
"카리브 해의 흑진주 쿠바하고도 아바나, 살사 리듬과 혁명의 구호가 타악기와 랩처럼 공존하는 땅, 해풍에 삭아 내린 페인트조차도 표현주의 회화의 화폭으로 전이되는 곳, 원색 판넬집과 나부끼는 색색의 남루한 빨래에서조차 치유할 수 없는 낙천성을 내뿜는 곳… " 우리는 이런 그림에서 작가의 천진무구한 시선과 하찮고 시시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은 인간미를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아직도 혁명가가 영웅이 되는 나라 쿠바, 그렇다면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아직은 적다는 소리고 또한 가난하게 산다는 뜻인데 그렇지만 너나없이 사는 형편이 고만고만해서 그런지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마치 지상낙원에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의 몸짓을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작열하는 태양이 이런 춤을 추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