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가슴에 콱 박힌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소나무
'우리 아이 영재 만들기'류의 자녀교육서를 열심히 찾아 읽고 있을 때.
남편이 슬며시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며, 인터넷으로 '편해문'이라는 사람을 검색해 보라고 채근한다.
특이한 이름 덕에 잊지 않고 그를 검색해보니, 남편이 내게 던진 문장은 그가 쓴 책 제목이었다.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딱 그 한 줄짜리 제목과 같아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며칠 내내 그 말이 마음에 콱 걸린 채 떠나지 않았다.
텅 빈 놀이터는 이제 산책을 나왔다가 잠시 쉬어가는 노인들 벤치 구실을 하면 다행이다.
새 학기를 맞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놀이터야 안녕"하는 학습지 광고를 보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이미지보다 배경음악 때문이었는데, 김광석의 목소리로 "이제 다시 시작이다"가 흘러오는 대목에서 '이 노래가 아이들을 책상머리로 불러들이는 데 사용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아무리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내야 하는 광고지만 너무 심하다 싶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란이 됐던 영어교육이나 사교육 문제를 굳이 걸고 넘어가지 않아도 이미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학기 초라 더 그럴테지만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옮겨다니는 아이들에게 밖에서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 여유 따위는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학습지 하나쯤은 기본으로 달고 사는 요즘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하면, 괴짜 취급을 받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푼수 취급 받기에 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