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 위에 피어난 꽃꽃게장!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이종찬
인사동 그 집에 가면 꽃게장이 있다“소리형! 오늘 군산꽃게장이 마악 도착했어. 요즈음 봄철이라 입맛도 없을 텐데 어서 맛보러 와. 맛이 끝내준다니깐.”“1인분에 얼만데?”“조금 비싸. 2만5천원이야. 하지만 혼자서는 다 못 먹어. 2~3명이 함께 먹어야 하는 거니까 그리 비싼 편도 아니지 뭘. 형이 손님 모시고 오면 특별히 푸짐하게 차려줄게.” 지난 5일(수) 저녁 7시께, 오랜만에 윤재걸(시인, 언론인) 선생과 함께 인사동 그 집에 들렀다. 인사동 사거리 골목에 있는 그 집은 가난한 시인, 작가를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식당 겸 주막이다. 특히 이 집은 전라도에서 직접 공수한 해산물로 맛깔나게 조리를 해 그야말로 ‘배고프고 술고픈’ 서울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집 주인 김여옥(46, 시인)씨는 “꽃게는 군산에서, 홍어는 목포에서, 매생이는 해남에서, 참꼬막은 벌교에서, 굴비는 영광에서, 조기와 서대는 여수에서 직송해온다”고 말한다. 김씨의 고향이 전남 해남이니 ‘맛의 고장’ 전라도 음식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투다.
막걸리 한 주전자와 함께 이 집이 자랑하는 ‘군산꽃게장’을 시킨다. 5분쯤 지났을까. 주인 김씨가 밑반찬으로 두부조림, 무나물, 고추장아찌, 김치, 마늘종조림, 멸치볶음, 싱건지, 조개젓, 계란찜 등을 차근차근 놓는다. 이윽고 오늘의 주인공인 꽃게찜이 식탁 한가운데 황제처럼 떡 하니 버티고 앉는다.
널찍한 쟁반 위에 초록색 파슬리와 양념장을 머리핀처럼 예쁘게 꽂고 있는 꽃게장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저희 집은 봄에 잡히는 살아있는 암꽃게를 급속 냉동시켜 조리해요. 가을 꽃게는 봄 꽃게에 비해 알과 살이 적게 차거든요”라는 주인의 말을 들으며 꽃게장 한 토막을 집어 입에 물고 슬쩍 깨물자 꽉 찬 속살이 쏘옥 빨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