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크리스마스 장식의 화룡점정.
문종성
성탄절이라고 성당에 갔는데 때마침 결혼식 중이었다. 그렇다면 최고의 날에 최고의 경사를 누리는 커플임에 틀림없었다. 두 사람이 사랑하여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그것을 축복하기 위해 모인 자리.
성당을 가득 메운 하객들은 하늘 아래 수많은 인연들 중 또 하나의 기적적인 만남으로 한 몸을 이루는 새 가정의 탄생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에 살짝 끼여 하객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누군가를 축복할 수 있음이 또 하나의 축복이라는 것, 내 삶이 그마만큼 풍성해지는 여유로 다가온다는 것이 마냥 좋을 뿐이다.
크리스마스의 만찬은 햄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선택할 메뉴가 많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간이식당에서 음식 먹는 표정을 살피다 내린 결론이었다. 먹을 때 표정은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샌드위치 4개가 홀라당 뱃속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간다.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이 그리운 야심한 밤이다.
서서히 차가움이 녹아드는 늦은 밤, 이 작은 도시에 젊은이란 젊은이들이 다 광장에 나온 듯 시끌벅적하다. 그 열기에 슬쩍 동화되어 자전거를 잠시 멈춰 세워 카메라를 끄집어 내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헤이 맨!"그 중 한 남자무리들이 뒤에서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어리뜩해진 난 짐짓 못들은 걸로 했다. 그리고는 그 말을 애써 뒤로 넘기며 얼른 사진기를 가방에 집어넣고서는 그대로 뒤도 안 보고 태연하게 자리를 빠져나왔다.
겁이 난 건 아니었다. 다만 분위기에 취해 조금 상기된 친구들과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돌출 사건을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이었다. 가끔 신경을 박박 긁는 매너 꽝인 이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이 있었더랬다. 그 생각에 더해 크리스마스이고 하니 혼자 감상주의에 푹 빠지기 위해선 가능하면 누군가와의 접촉점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뒤돌아서서 간 지 오래지 않아 더 이상 갈만한 길이 나타나지 않았다. 길은 있었으되 불빛은 없는 깜깜한 공간 속에 무리해서 나를 내던질 필요는 없었다. 빠른 체념을 통해 다음 행동에 대한 결정을 신속히 내렸다. 다시 광장으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그네들과 썩 내키지 않는 만남으로 얽혀야 한다면 얼마든지 웃으며 무관심으로 꼭 안아줄 용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