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숭례문, 문화재 보존의 전기가 되었으면...

[동영상]숭례문 가림막에 쓴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바람

등록 2008.03.11 08:32수정 2008.03.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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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숭례문 가림막에 써놓은 글들 가림막에는 불에 타버린 숭례문에 대한 아타까운 마음과 함께 불을 지른 사람과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각성, 보존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 이승철


-숭례문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숭례문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불에 탔구나, 울고 싶어, 미안해,
-숭례문아 불타서 슬프다. 우리문화재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안하고, 울고 싶고, 슬프다고 한다, 불에 타버린 숭례문 가림막에 누군가가 써놓은 글들이다. 덧붙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염원까지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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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환생한 숭례문 ⓒ 이승철


숭례문이 불에 타던 밤, tv 화면에서 화재가 발생한 숭례문을 보았었다. 그러나 당연히 진화되었으리라 믿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우리 오마이 뉴스 화면을 통해 훨훨 불타 무너지는 것을 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불탄 숭례문을 직접 바라보는 것이 싫어 찾지 않다가 지난 8일 찾은 숭례문은 가림막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코를 자극하는 불 냄새가 다시 한 번 가슴을 쓰리게 하는 것이었다.

이 날도 많은 사람들이 불에 탄 숭례문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가림막에 쓰여 있는 수많은 글들도 하나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몇 명의 어린이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나와 몇 줄의 글을 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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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아 미안해 ⓒ 이승철


-이 슬픈 사연, 이 부끄러움, 반성하자.
-역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자.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조상의 숨결을 가슴 속에 새기자.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누굴 탓하랴.


슬프고,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반성하자는 자성과 당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역사문화의 정체성과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하고, 내 탓이라고 자성하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있는 글도 보인다.

글들 중에는 평소 문화재를 소홀하게 생각했던 자신을 향한 자성의 마음도 드러낸 글도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들은 안타깝고 슬픈 마음과 함께 불을 지른 당사자와 당국, 그리고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에 대하여 분노하는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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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불타서 슬프다 ⓒ 이승철


-역사는 코미디가 아니고 문화재는 놀이터가 아니다.
-역사는 장난이 아니고 문화재는 장난감이 아니다.
-재산헌납 한다더니 공짜가 아니로구나, 수천억 수천조, 가격 논할 수 없는 숭례문 가져갔으니, 역시 장사꾼은...

‘재산헌납 한다더니....’ 이건 누구를 향한 글일까?  어떤 글에는 노골적으로 숭례문 개방 당사자와 보호를 소홀히 한 당국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현장을 찾은 어린이들과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지만 숭례문 화재 소실에 대한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문화재 보존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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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헌납?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 이승철


“우리국민들이 너무 쉽게 잊는다는 말도 있지만, 어디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다시는 또 다시 문화재가 불타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를 해야지요.”

40대 중반 쯤의 신사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하는 말이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숭례문 소실에 대한 아픈 마음과 함께 문화재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엿보이고 있었다.

“이미 불탄 숭례문은 어쩔 수 없지만 복구를 서두르다가 어정쩡한 복구를 할까봐 은근히 걱정됩니다. 시일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한 고증에 의한 완벽한 복구를 해야 합니다.”
또 다른 50대 시민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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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창피하다 ⓒ 이승철


“또 다시 이런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은 확실하게 물어야 합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면 언제 또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30대의 한 시민은 아직도 숭례문 화재의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숭례문을 돌아보고 독경소리를 따라가 보니 남산 쪽에 자리 잡은 제단 앞에서 승려 두 명이 합장한 채 독경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철 #숭례문 #가림막 #문화재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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