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이 10일 오전 서울대 박물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대운하 추진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남소연
반경제적·반환경적·반문화적·반국민적·반민주적·반실용적·반시대적….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서울대 교수들의 평가다. 이들은 10일 성명서를 발표해 "대운하 사업은 한 번 시작하면 전국민과 전국토에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불러온다"며 "혹세무민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 백지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에는 모두 381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동참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렇게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동참한 경우는 처음이다.
서울대 교수들은 또한 "새 정부가 대운하 건설을 정히 고집하겠다면, 대운하를 둘러싼 충분한 찬반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이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연 대운하 반대 기자회견은 잇따르고 있는 법률가·종교인·문화예술인들의 대운하 반대 입장 발표와 함께 대운하 반대 여론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대운하는 반경제적·반환경적·반문화적·반국민적·반민주적"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상종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는 성명서를 통해 경제적·환경적·문화적·국민적·민주적인 측면에서의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반경제적 : 지식 기반 경제의 탄탄한 발전을 꾀해야 할 21세기에 건설토목 분야의 일시적 경기부양을 위해 전국토를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의 광풍으로 몰아넣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민자를 유치해 정부와 국민의 부담이 없다'는 주장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② 반환경적 : 강줄기를 인위적으로 곧게 하고 바닥을 파내 수심을 깊게 만든다면, 지금의 환경조건에 적응하여 서식하는 많은 생명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한반도 생태계는 대격변을 겪게 된다. 또한 강에 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하를 건설하면 그 속의 물은 반드시 썩게 되고, 선박 운행으로 오염될 수밖에 없어 취수원을 위협한다. 더구나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건에서 드러난 환경오염 대비체계의 부재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를 고려하면 식수원 오염에 따른 환경 재앙을 누구도 기우로 치부할 수 없다.
③ 반문화적 : 대운하 예정지역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데, 대운한 건설로 영향을 받을 주변 지역의 문화재 지표조사에만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대운하가 추진된다면 엄청난 문화적 손실이 예견된다.
④ 반국민적 : 대운하 계획은 전국민의 극소수에 불과한 건설자본·땅부자·땅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것이다. 결코 그동안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대다수 주민들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지역개발이 될 수 없다.
⑤ 반민주적 :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의 유량 변화가 심한 지리적 조건에서 한반도 대운하처럼 엄청난 규모의 토목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계절적 변화와 연도별 차이를 감안해 최소한 3~5년에서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대운하 특별법을 만들어 이를 몇 달 만에 졸속으로 끝내고 내년에 착공한다면 이는 대선 승리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반민주적 국정운영이 아닐 수 없다.
대운하 반대 서울대 교수 모임, 대운하 찬성 측에 공개 맞짱 토론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