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톤보리에서 유명한 간판들[왼쪽 위] 도톤보리의 명물간판 중 제1로 꼽는 '구리코'. 간판의 규모가, 가로 10.85m, 세로 20m로서, 여기에 사용된 네온 등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무려 5.1km에 달한다고 한다. 더불어 구리코 측이, 이 위치에 간판을 세운 시기는 지난 1935년. 규모와 역사 모두 도톤보리 간판의 제1이라 손꼽을 만하다. [오른쪽 위] 도톤보리일대에서 최초로 등장한 움직이는 간판인 북치는 소년 '구이다오레타로', 역시 도톤보리의 명물이다. [왼쪽 아래] 건물 안에 도톤보리 상점가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도톤보리 극락상점가'. 315엔의 입장료를 내고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건물 내 음식점(상설)과 공연(부정기)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아래] 라멘으로 유명한 킨류라멘의 모습이다. 도톤보리에만도 4개의 점포가 있으며, 뛰어난 라멘 맛과 용이 그려진 식당 외관으로 유명하다.
이준혁
워낙 맛집들이 많고 4박 5일의 체류기간 동안 다시 올지 못 올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를 가 볼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저녁식사 식당선정 대원칙은 여행 가이드 책은 물론 블로그 등의 여행기에 즐비한 '남들 다 가는 유명한 음식점'이 아닌 '최대한 덜 알려졌으면서도 독특할 것 같은 음식점'을 찾아 가 보자는 것. 우리는 엄청난 인파와 화려한 간판이 가득한 도톤보리 일대를 둘러봄과 동시에 그런 음식점이 과연 어떠어떠한 곳이 존재하고 있을지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음식점의 분위기와 평판을 파악하는 것은 역시나 어학능력이 있는 친구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일본어를 못하는 나와 달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목적에 부합할 음식점을 찾았다. 비록 나는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더욱 어학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정도로, 그들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결국, 약 30분 정도 도톤보리 구석구석을 살피며 결정한 최종목적지는 중심부 길가의 작은 라멘 전문점이었다.
그 라멘 전문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며 뒤늦게 4박 5일간 찍은 4천여장의 사진을 보았지만 그 안에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라멘 전문점보다 규모가 작았으며(테이블 7개 규모) 식당입구에 아래 사진과 같은 티켓자판기가 존재하였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그 라멘 전문점은 아무리 금요일 저녁이라지만 21시가 다가오는 데도 '들어가기 직전에 사람이 안 나갔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았다. 먹기 전부터 식당에 가득한 사람들만 쳐다봐도 기대 될 정도로 말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다시 한 번 티켓자판기에 가 보았다. 라멘의 가격은 600엔부터 900엔 사이였다. 600엔을 받는 간장라멘·소금라멘 및 650엔을 받는 된장라멘을 기준으로 계란 혹은 야채가 들어가면 각각 100엔·200엔이 추가되었다. 돼지고기라멘은 세 종류(간장·소금·된장) 모두 식당 최고가인 900엔. 그 외에 군만두 300엔, 볶음밥 500엔, 명란밥 300엔, 밥 150엔, 주스 200엔, 생맥주 300엔 등의 버튼도 보였다. '고추장라멘'(750엔) 버튼에도 눈이 가긴 했지만 오사카에서 그걸 먹을 생각은 별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