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과 교각 사이가 넓다.
김병기
내친김에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 보자. 다리 상판을 받치는 교각들은 큰 배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간격(경간장)이 넓어야 한다. 한눈에 보아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넓어 보였다. 양영석씨가 숙소로 돌아온 뒤 구글 맵을 통해 강폭과 교각 간격을 재 보았다.
대략적인 강 폭은 600m, 교각 사이의 간격은 420m. 한국의 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서울에 있는 후배 기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미시시피강의 다리들을 조사해보라고 부탁했다. 결과는 비슷했다.
구글어스를 통해 검색되는 뉴올리언즈와 멤피스 사이의 교각을 전부 확인해서 교각의 그림자를 통해 간격을 재보니 총 17개의 다리 중 배가 다니는 지점의 교각 간격이 가장 작은 것이 빅스버그 브리지(Vicksburg Bridge)와 올드 빅스버그 브리지(Old Vicksburg Bridge)로 130m였고, 그 외 대부분은 200~400m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5000톤급 배의 폭이 17m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교각 간격이 35m인 서울 양화대교조차도 5000톤급 배가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우격다짐에 가깝다.
하지만 서울시가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550톤급 공연전용 유람선조차도 양화대교와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르쇠 하고 있다.
허깨비 선동은 그만하라고?더 황당한 것은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되레 당당하다는 것이다.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고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운하 반대론자들은 더 이상 60개 교량을 철거하면 난리가 난다느니, 특별히 한강철교를 재시공하면 철도 마비가 온다느니 하는 허깨비 선동은 그만하기 바란다." 이들은 왜 근거도 없이 이런 말을 계속하는 것일까?
다리 한 개의 건설비용은 약 1000억원.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개략공사비에는 다리 재시공 비용은 책정조차 되어 있지 않다. 결국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설비가 그만큼 늘어나면 투입 대비 편익(B/C분석)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부운하 사업은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뉴올리언즈 다리는 이렇듯 '이명박 운하'의 토목공학적 허구성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입만 떼면 '선진국의 운하'를 말하는 국내의 운하 찬성론자들은 제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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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즈 다리가 '아치형'인 까닭 '이명박 운하' 찬성론자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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