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가 지향해 온 '산업화'와 '민주화'는 세계보편적인 가치다. '산업화'란 목표가 뚜렷한 말이고, 가치중립적인 말이다. 영어로 'industralization'이란 17세기 산업혁명 이후 모든 사회의 문명적 가치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정보혁명과 더불어 새로운 굴뚝 없는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화'는 인류보편적인 고매한 가치다. 영어로 'democratization'이란 18세기 시민혁명 이후 세계보편가치로서 특히 19세기, 20세기 제국주의와 독재화 현상 이후,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추구된 가치다. 하물며 미국에서도 1960년대 이후 새로운 민주화를 이루었다. 민주화란 아직도 '미완의 목표'이기도 하다. 민주화 수준은 지난 10년에 비해 높아졌지만 아직도 안착되지 않은 진행형의 과제다.
그런데 영어에 선진화란 말은 없다. 선진국(advanced nations, developed nations)이라는 말은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선진국, 선진화라는 말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세계의 다른 나라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만 이렇게 '선진국, 선진국, 선진화, 선진화' 읊는다.
예컨대 G8을 우리는 '서방선진 8개국회의'라고 번역한다. 영어로 G8은 간단하게 'Group of 8 countries'다. 그 G를 'Global'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저 'Group'일 뿐이다. '8개국 회의'하면 할 것을 '서방선진 8개국회의'라 해야 속 시원한 우리 사회이니 이 열등감의 뿌리를 어찌 할꼬…. 사대주의 콤플렉스, 졸부 콤플렉스, 벼락부자 콤플렉스를.
'선진화'의 기준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선진화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기준을 세워보자. 나의 논술 답안지는 다음과 같다.
1. 투명하다. 공적 가치가 확고하다. 2. 일정 경제수준을 지속 유지할 산업 기반이 있다. 3. 교육주택의료복지 인프라 수준이 높고, 높일 의지가 있다. 4. 민주주의 완성도가 높고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된다. 5. 법, 제도, 권력의 공정성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있다. 6. 공정시장경쟁, 기회균등, 공익적 형평과세 원칙이 투철하다. 7. 패권적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휘둘리지 않는다. 8.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자기혁신이 강하다.9. 자국 문화에 대한 긍지와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서있다. 10.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가 있다. 11.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을 지향한다. 12.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 나는 '더 믿을 수 있는 사회, 더 지속가능한 사회, 더 공유하는 사회, 더 소통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선진화의 기준이라고 부르고 싶다.
'후진화'의 기준하지만 이렇게 좋은 말로만 하면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니, 오히려 '반면교사'적으로 '후진국' 또는 '후진화'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꼽아보면 어떨까?
1. 부정, 부패, 비리, 부실이 만연해 있다. 2. 권력 특혜, 탈법, 편법이 끊이지 않는다. 3. 공정경쟁이 무시되고 독과점이 묵인된다. 4. 민주주의 절차가 무시된다.5. 계층 간 격차가 구조화되어 버린다.6. 교육주택의료복지 수준이 퇴화한다. 7. 국가 및 사회 지도자에 대한 공적 신뢰가 무너진다. 8. 국수주의적 문화가 횡행하고 무비판적으로 세계문물을 우상화한다. 9. 패권적 세계화에 휘둘린다. 10. 주체적인 성장 동력을 쌓지 못한다. 11. 생태환경을 훼손한다. 12. 세계평화에 위협적이다.미국은, 두바이는 선진국일까이런 선진화, 후진화의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은 정말 선진국일까? 부시 대통령 이후로 미국은 후진화하고 있지나 않나. 세계 평화를 가장 앞서서 위협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9·11 이후 미국의 극보수화한 분위기에서 한 미국인이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불편해본 적이 없다.(I never was so uncomfortable being American)" 그 인사의 자긍심은 무너지고 있던 거였다.
이명박 정부가 한참 띄워주는 두바이는 선진국일까? 국회가 없는 나라, 투표권이 없는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인가? 아무리 돈 많은 군주가 모든 국민들에게 생활비를 나눠주고 교육주택의료 복지혜택을 다 주더라도 민주의 기본이 안 된 후진국이 두바이다. 언젠가 두바이의 민주화가 이루어질 때, 현재의 두바이는 모래성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