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아시아 각 주요 도시는 기존에 사용하던 공항 외에 새 공항을 외곽에 건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인천(ICN/신)-김포(GMP/구) 두 공항의 관계가 그러하며, 일본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지역의 간사이(KIX/신)-이타미(ITM/구), 나고야의 센트레어(NGO/신)-나고야(NKM/구),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역의 나리타(NRT/신)-하네다(HND/구)와 중국 상해의 푸둥(PVG/신)-홍차오(SHA/구) 공항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새 공항은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해안가에 위치한 대도시의 경우에는 해안을 매립하거나 육지와 가까운 위치의 두 섬 사이를 잇는(인천국제공항의 경우), 혹은 인공섬을 구축(간사이국제공항의 경우)해 토지를 마련한다. 어찌됐든 '섬'이기에 다리 건설은 필연적이다. 간사이국제공항과 일본 본섬을 잇는 연륙교에서 본 간사이 지역 하늘은 심술을 부린 동해상 하늘과 달리 쾌청했다. 감히, '이보다 더 맑은 날씨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간사이국제공항이 위치한 인공섬과 일본 본섬인 혼슈를 잇는 연륙교는 그 길이가 3.8km 정도이다. 서울의 한강철교와 같은 트러스교로 건설된지라, 교량을 감싸는 철골구조물 때문에 바깥 풍경을 온전히 촬영하기는 어려웠다(30여장을 촬영하며 교량구조가 안 나온 사진을 4장 건졌다). 눈으로 보이는 약 3.8km 구간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맑은 하늘, 푸르른 바다, 편안한 전철. 여행기간인 4박 5일이 순탄할 것만 같았다.
연륙교를 넘은 직후에 있는 린쿠타운(쇼핑센터로 유명한 곳으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음, 대부분의 공항철도 정차)을 지나면 얼마 안 있어 와카야마시와 오사카부 사이의 평범한 근교도시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일본인들의 일상적 생활환경 또한 접하고 싶었고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 '관광지가 아닌 장소에서' 마주쳐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비록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어서 한 장소 한 장소를 오래 접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풍경이 참 깔끔하고 좋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친근했다.
학교, 경작지, 노지, 일반시가지, 공장, 고물상, 병원, 공사현장, 미개발지, 아파트단지 등 정말 그 모습도 다양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수 접할 수 있었다. 물건을 파는 상인, 애완견과 산책하는 노인, 버스에 오르내리는 사람 등. 특히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웃통을 런닝셔츠만 입은 채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서 토목공학 전공자로서 왠지모를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특급 라피트' 답게 여러 열차역을 통과하였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간사이공항역 다음역인 린쿠타운역 이후로 난바역 두 정거장 전 역인 신이마미야역까지 단 한 정거장도 정차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말 그대로 '공항과 도심만을 곧바로 연결하는' 열차인 것이다.
파리 여행 때에 이용한 RER B호선(샤를드골공항의 두 역 정차 후 도심부 인근의 주요역인 북역 및 동역에 정차, 그 후 도심부 중앙의 역인 샤틀레역 정차)을 보는 듯했다. 30분이 좀 안 됐을 무렵 우리는 사전에 예약한 숙소 인근인 신이마미야역에 도착했다.
간사이스루패스는 2002 한·일월드컵을 맞이하여 간사이 지역의 관광객을 늘리고 이를 통해 대중교통업계의 수익증대를 꾀하기 위해, 간사이 지역에서 영업하는 상당수의 민간 철도·버스 업체(2007년 8월 당시 41개사 참여, 난카이·긴테쓰 등에서 운영하는 일부 좌석지정특급열차에는 적용이 안 됨)가 참여하여 지난 2000년에 처음 출시한 대중교통 패스다. 이 패스는 대중교통의 자유로운 이용 외에도 수십 여곳의 관광지·레스토랑·상점 등에서 할인돼(가이드북의 쿠폰을 제출하거나 패스를 보여주는 방식) 인기가 많다. 3800엔(어린이 1900엔)의 2일권과, 5000엔(어린이 2500엔)의 3일권이 있다.
개시일을 포함하여 2일 혹은 3일간 이용이 가능한(연속으로 써야 하는 패스와 하루 단위로 불연속적으로 쓸 수 있는 패스가 있음) 이 패스는 대다수의 경우 패스를 보여주거나 투입(철도 개찰기 또는 버스 요금징수기 투입시 다시 나옴. 날짜별 첫 카드투입시 카드 뒷면에 승차일·승차역 인쇄)하는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일부는 패스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용 혹은 할인이용이 가능하다.
간사이스루패스는 간사이 현지에서도 12개의 발매처(간사이국제공항, 오사카공항, 판스타 페리 터미널, 5곳의 오사카 비지터즈 인포메이션센터, 교토역 종합안내소, 나라 관광센터, 신오사카유스호스텔, 오사카국제유스호스텔)와 17개의 지정호텔(오사카, 고베, 교토 등)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단, 구입에는 여권 제시가 필요하니, 행여나 여권을 숙소에 놓고 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현지구입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참고, 개인적으로는 현지에서 구입처가 어디인지 찾느라 헤맬 수도 있는만큼 짧은 여행기간 중의 유용한 시간활용을 위해 한국에서의 사전구입을 더 추천한다).
오사카주유패스는 간사이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간사이스루패스와 달리 사용구역의 대부분이 오사카 내부다. 1일권과 2일권으로 나뉘는데, 일부 사철의 오사카 내부구간도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이 2000엔, 시영지하철과 버스만 이용가능한 2일권이 2700엔이다. 이 패스의 경우, 23곳의 관광지에 대해 무료입장이, 15곳의 관광지에 대해 할인입장이 가능해 오사카에서 '제대로 본전을 뽑아낼'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무료입장 관광지의 경우 23곳 전체를 이용 시 1만2천엔 이상이 이익이며 유력관광지인 천수각, 공중정원전망대 두 곳만 이용해도 1300엔이 이익이다. 이런 혜택은 1일권과 2일권 모두 동일하다.
오사카주유패스를 사건 간사이스루패스를 사건 패스의 구입에 있어, 어느 패스를 살 것인지, 며칠짜리 패스를 살 것인지 등은 일정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입국일과 출국일(일본 기준)을 포함해 3박 4일 이상 간사이지역만 여행할 사람들에게는 간사이스루패스를, 1박 3일 정도 오사카만 여행할 사람들에게는 오사카주유패스를 추천한다. 입국 당일의 경우 숙소에서 멀리 안 나가기에 얼마 쓸 기회가 없고 출국 당일의 경우 공항(혹은 타지)으로의 이동에 바빠 패스 구입비보다도 적게 사용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해왔기 때문에, 하루를 온전히 쓰기 힘든 날은 제외하는 게 유용하다.
위와 같이, 여행 일정 중 특정일 불산입 계산은 USJ(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 : 오사카)에서 하루종일 노는 날이나 우메다 및 난바 등 도심지에서 쇼핑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 이동거리가 짧은 날에도 해당된다. 하루에, 최소 1200엔 이하의 이동을 할 것 같으면, 해당일을 빼고 패스사용일을 계산하는 게 낫다. 참고로 나는 간사이 상당수 지역을 여행(히메지, 고베, 다카라츠카, 오사카, 교토)하는 데 있어 4박 5일간 여행에 간사이스루패스 3일권을 구입했고, 2~4일차(2일차 다카라츠카·고베, 3일차 고베·히메지, 4일차 교토, 숙소는 여행 중 계속 오사카에 설정)에 구입가격을 훨씬 상회한 수준의 금액을 사용하였다.
한국에서 구입시, 지정판매처(여행사)간 판매경쟁으로 여행사마다 판매가격에 차이가 있으니, 여행사마다 전화해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또 한국에서의 판매가격은 지정판매처의 구입당시 환율에 영향을 받으니, 조만간 간사이 지역에 갈 생각이 있다면 환율을 살펴보며 환율이 유리한 적기에 미리 구입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낭여행 전문여행사인 내일여행의 경우 6일 현재, 오사카주유패스는 1만7000원(1일권)에, 스룻간사이패스는 3만2000원(2일권) 혹은 4만3000원(3일권)에 판매하고 있다. 환율이 910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현지구입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