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 옆 제철소, 제강소, ...인천 동구에는 제철소도 있고 제강소도 있고 중공업공장도 있고 화학공장도 있고 비료공장도 있고 동일방직도 있고, 얼마 앞서까지는 유리공장도 있었습니다. 이들 온갖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으로도 창문 열어 놓고 살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이런 가운데 또다른 산업도로를 내려고 하니, 주민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반대를 합니다.
최종규
인천 중·동구 문화와 삶터우리들은 생각합니다. 말합니다. 그리고 온몸으로 살아갑니다. 금곡동 사람으로, 창영동 사람으로, 송림동 사람으로, 송현동 사람으로, 신흥동 사람으로, 율목동 사람으로, 숭의동 사람으로, 화수동 사람으로, 화평동 사람으로, 만석동 사람으로. 또한 배다리 사람으로 살며, 인천 사람으로 삽니다. 나아가 한국 사람으로 삽니다.
이 땅, 인천 중구와 동구는 인천을 키워 온 젖줄이며, 인천에 터 내리며 살아온 우리들 모든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곳임을 외칩니다. 우리 삶터는 종합건설본부장 말마따나, "이거 강제로 포크레인 가지고 와서 때려 부수면 그만이라니까"하는 위협과 협박으로 깡그리 때려 부술 수 있는 인터넷게임판이 아닙니다.
또한, "돈이 얼마 들어갈지 모르지만, 돈에 구애받지 말고 해 주겠다잖아"하는 사탕발림으로 우리들 추억과 손때와 다리품과 피땀이 깊이깊이 배어 있는 골목길과 골목집을 싹 쓸어내 버리면서 메마르고 으스스한 시멘트 나라로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종합건설본부장이 말하는 '돈'은 우리 '세금'이잖습니까.
고단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포근한 보금자리인 우리 인천 중·동구입니다. 지금은 비록 새벽같이 서울로 일 나가고 밤늦게 집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 집이라는 곳이 그예 잠만 자는 곳, 그래서 집값이 오르면 얼른 팔고 다른 넓은 평수로 옮겨가면 그만인 곳처럼 나뒹굴고 있습니다만, 우리들 살아가는 집이라는 곳은 우리한테 얼마나 축복이 되는 터전이며, 우리한테 얼마나 샘물처럼 맑고 싱그러운 새 힘을 북돋워 주는 쉼터입니까.
지금 형편으로도 우리 중·동구는, 인천제철과 동국제강뿐 아니라 곳곳에 수없이 많이 들어서 있는 공장에서 내뿜는 배기가스와 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인천 중·동구에 암 환자 많고, 아토피 앓는 이 많으며 여름 겨울 없이 감기에 자주 걸리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축농증 환자가 왜 많습니까.
이제는 유리공장은 옮겨갔으나 화학공장과 중공업 공장은 그대로 있습니다. 배다리 한복판을 꿰뚫는 산업도로가 아니더라도, 벌써부터 지어져 있던 다른 산업도로로 오가는 컨테이너차와 큰 짐차는 얼마나 많습니까. 이 큰 짐차는 시내 한복판을 버젓이 가로지르면서 우리 숨을 막히게 합니다. 간접살인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다시 새로운 산업도로를, 그것도 너비 50∼70미터짜리 길로 뚫는다고 하니까, 그러면서 서울에서는 하나둘 없애고 있는 고가도로를 이곳 중·동구를 가로지르는 산업도로라면서 올려붙이려고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정책입니까.
예산낭비에다가 행정낭비로 치닫고 있는 '인천도시엑스포'를 치르려고 어마어마한 돈을 날리지 말고, 또 세계사람들이 인천에 와서 온통 시멘트로만 발라놓은 건물만 보면서 끔찍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며, 오랜 문화와 역사가 깃든 고즈넉한 중구와 동구를 제 모습을 살려 주어야 합니다.
안타까운 역사이지만, 식민지 개항기를 맞이하면서 지어진 집들은 이제 와서는 지나간 우리 역사를 되짚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어 줍니다. 수도국산에 있는 '달동네 박물관'과 이 박물관 둘레로 넓게 자리잡으며 예전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들 40∼70년대 살림집, 또 양조장 건물, 또 중국사람 집, 또 일본사람 집, 또 서민들이 조그맣게 꾸민 골목집, 또 골목골목마다 흙 한 줌 옮겨와서 고이 가꾸고 있는 스티로폼 꽃그릇 들은, 우리 옛 도심지 중구와 동구가 '살아숨쉬는 생명체와 같은 도시'임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