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손에 들려나와 흐물흐물 거리는 낙지를 보자니 머릿 속에 오만 음식 생각이 가득하다.
문종성
"낙지군요!"
"하하, 이것 좀 보라구.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녀석이야. 그래서 냅다 잡았지."
구경하던 여자는 신기하면서도 징그럽다는 듯 이 때다 싶어 남자친구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경멸할 여우 짓의 행태를 보였지만 내 눈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낙지회, 낙지찜, 낙지볶음, 낙지매운탕, 젠장….'
상상만으로도 끔찍이 고통 받는 내 옆에서 또 누군가가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문 사진기자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여인을 바다를 배경으로 이리저리 찍어가며 시선을 잡아당겼다. 해변에 웬 드레스인가 싶었는데 결혼사진 찍는단다.
그랬다. 왼쪽으로는 결혼한다고 해맑은 미소로 사진 찍고, 오른쪽으로는 자석처럼 꼭 붙어 다니는 커플이 있고, 난…. 잠시 기분을 환기시키려 게슴츠레한 눈으로 수평선 끝까지 바라봤다. 아마도 오늘 밤엔 굴과 낙지로 그 남자를 무던히도 축복해 주려는 것 같은 하늘 아래 가장 초라한 사람은 단연 나인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