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입국당시의 JL962편 기내모니터이번 여행 때 일본 입국시에 탔던 항공기(JL962편, Boeing 767 기종 사용)의 기내모니터에는, 입국 직전에 기내 바깥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준혁
2007년 8월 9일 오후 2시 45분. 내가 타고 있던 JL962 항공편은 2시간 30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간사이국제공항(KIX) 주변의 상공을 약 5분 정도 계속 맴돌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ICN)을 출발한 뒤 간사이국제공항까지 오는 동안 기류의 영향으로 기체의 흔들림이 극에 달했던 당시 항공기 승객 다수는 운항 중에도 매우 불안해 했는데, 계속 공항 주변을 맴돌며 착륙이 지연되자 상당히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내의 복도 위에는 여느 여객용 대형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작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중 몇몇 모니터는 착륙 5분 전부터 기체 아래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때 모니터로는 푸른 바다가 보였다. 태평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태평양의 모습을 항공기 내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랬기에 공항 주변을 선회하는 것에 '조금 더 돌아라'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앉아 있던 좌석은 창가 쪽이 아니었다. 좌우 측 복도 사이에 있는 안쪽의 좁은 이코노미(일반석) 좌석이었다. 그렇기에 모니터에서 보이는 모습을 제외한 밖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창가 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 의하면 창문 밖으로는 공항은 멀지 않은데 벌써 5분째 공항 주변을 돌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이는 반반 정도였던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일부는 기도했고, 일부는 비상탈출 관련 안내문을 살피곤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항공기를 자주 이용하거나 항공기에 대해 전문가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동안 동년배에 비해 여러 차례의 항공편 이용 경험이 있고, 항공교통에 관심이 많아 타고 있던 항공편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이 있기에 별걱정은 안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꾸준히 불안해 하고, 심지어 같이 여행을 온 우리 팀원들마저도 주변의 동요에 슬슬 물들어(?) 가는 모습에, '여행의 시작 때부터 왜 이런 일이 생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기내 분위기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정도로, 간사이국제공항을 방황(?)하고, 동해 상공에서 흔들림이 극심했던 JL962편. JL962편은 간사이국제공항 주변 상공을 10분 정도 회전한 끝에 마침내 착륙하게 된다. 이번의 흔들림, 한여름의 동해상 난기류를 생각하면 때때로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 함께한 네 명의 동료들은 내가 설명을 해줘도 찜찜하긴 했나 보다. 겉으론 웃으면서도 얼굴 한 켠에는 근심이 숨기기 힘들 정도였으니.
인하대학교 해외학술문화탐방단 지원사업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수 대학교들은 재학생들의 유익한 해외경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신설하기 시작했다. 내가 재학 중인 인하대학교에서 방학 때마다 시행하고 있는 '해외학술문화탐방단 지원사업'도 그러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지정된 기간에 3인 이상 5인 이하의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여 특정 주제를 정하여 '탐방기획서'를 제출하면, 탐방기획서와 팀원 개개인의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한 서류전형(1차)과 대표자면접전형(2차)을 거쳐, 통과한 팀은 1인당 최소 7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하는 인하대학교의 '해외학술문화탐방단 지원사업'. 방학마다 20~25팀 정도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실로 엄청나다. 비록, 지원금액이 '일정 부분의 사비를 보태야 하는'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최소 7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이라는 비용은 일반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지원금액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2007년 여름 지원 때에 꼭 선발되기 위하여, 두 가지의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 하나는 서류전형의 중요한 심사기준 중 하나인 '탐방 주제의 참신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좋은 탐방 주제를 택하여 탐방 기획서를 참신하고 알차게 작성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좋은 동행인원을 다수 구하는 것이었다. 되도록 기존에 알고 지내던 지인을 그러모으기보다는 탐방 주제에 알맞은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유익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결국 학교 자유게시판을 통하여 동행인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본격적인 모집기간에 접어들자 자유게시판은 이 프로그램 관련 얘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게시판을 통해 동행인원을 구하는 중에, 나는 탐방계획서 주제로 '일본 철도운영기관의 사례를 통한 한국 철도운영기관의 부채감축/적자해소 방안의 도출'이라는 독특한 주제로서 동행인원을 모집했다.
그동안 총 10회에 걸쳐 나온 약 200여 개가 넘는 탐방팀 주제와 겹치지 않는 이 주제의 선발가능성에 학우들이 큰 기대를 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결국 '동행인원 경쟁률만 5대 1일 정도로 성황리에 동행인원의 모집을 마쳤고, 나는 최고의 동행인원을 택했다.
나름대로 최고의 동행인원을 선발했다. 공식적으로 접촉을 시도하여 현지에서 철도운영기관 담당자를 대면하는 스케줄도 잡는 등 탐방계획서도 성실하게 작성했다고 생각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비싸게 구입한 간사이 항공권상대적으로 타 해외 국가보다는 인접한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전 지역에 걸쳐 1인당 70만원으로 지원금이 고정되어 있었다. 7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또한 사비를 보태야 함은 물론이었기에, 6월 30일에 5인의 지원금 총액인 350만원이 입금된 것을 보고도 '이제 곧 가겠구나' 하는 기쁨과 함께 '좀 적어 아쉽기도 하다'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원금을 받은 해당 방학기간에 탐방 기획서를 제출한 지역에 다녀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일정 금액의 비용이 지원된 뒤로 세부적인 여행일정의 설정 및 자금의 사용은 자유인 형태이다. 70만원으로는 왕복 항공권과 총 4박의 숙박비, 그리고 일본 간사이 권역의 대중교통 프리패스인 '스룻간사이 패스' 3일권과 간사이국제공항~오사카 시내 구간의 공항철도 티켓 정도를 구입하면 끝날 금액이었다. (간)식비와 입장료, 선물비, 기타 여비 등은 개인 사비로 한화(韓貨) 30만원 이상을 환전해 가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대한도로 저렴한 저가 항공권을 구하여 70만원의 절반을 넘는 비용을 절약하고, 대신 하루 정도는 고급호텔에서 묵는 방식을 취할 생각을 했다. 탐방기획서에도 기재했던 애초 탐방주제인 '일본 철도운영기관의 사례를 통한 한국 철도운영기관의 부채감축/적자해소 방안의 도출'의 세부내용 중 철도운영기관이 운영하는 호텔(신한큐호텔, 한신호텔 등)이 있었고, 실제 하루 정도는 이곳에서 묵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급호텔인 만큼 숙박료가 저렴하지 않을 터이니 4박은 어렵더라도 단 1박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