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입학생' 박민지. 민지는 통영 사량도 돈지분교에 홀로 입학한다.
박상규
민지는 섬 소녀다. 경남 통영 사량도에 산다. 서울에서 남쪽 바다로 달려가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민지를 만나기 위해 25일 밤 바로 짐을 꾸렸다. 서울에서 밤 11시 30분 통영행 심야버스를 탔다. 서울의 '눈'은 통영에서 '비'로 바뀌었다.
사량도는 통영 가오치항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야한다. 요즘에는 하루 다섯 차례 배가 오가며 육지 통영과 사량도를 연결시켜 준다. 민지가 사는 돈지리 마을은, 배가 닿는 사량도 금평에서 다시 20여분 동안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역시 하루 다섯 번 오가는 버스가 돈지리와 '읍내' 금평을 연결해 준다.
걸어가면 1시간 30분 거리. 걷기를 택했다. 어차피 버스 시간도 맞추지 못했다. 남해를 왼쪽 옆에 끼고 걷는 길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길을 걷다 사량초등학교 4학년에 다닌다는 아이들 둘을 만났다. 길동무 삼으려고 말을 붙였다.
"너희는 누구랑 살어?""저는 엄마 아빠랑 사는데, 쟤는 엄마 없어요. 이혼하고 도망갔대요.""아니야! 중학교에 입학하면 엄마가 나 도시로 데려간다고 했어!""치, 뻥이지? 너 왜 아저씨한테 거짓말 하냐!"
'육지 것'의 괜한 물음이 두 아이를 다투게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금방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사량도 사람들은 돈지리를 "끝내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돈지리에 도착하니 그 이유를 금방 알게 됐다. 뒤에는 지리산(국립공원 1호 지리산과 이름이 같다)이 마을을 감싸고, 정면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태양은 뜨고 질 때까지 돈지리를 비춘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민지가 홀로 입학하는 사량초등학교 돈지분교가 있다.
26일 오후, 민지는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언니 소은이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마중을 나왔다. 할아버지 박부일(69)씨는 집으로 안내했다. 마을 곳곳에는 버려진 폐가가 쉽게 눈에 띄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섬에서 살라 합니까. 먹고살기 힘드니까, 전부 도시로 떠나는 거지요.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늙은 사람들은 한 명씩 죽어가니까, 이렇게 집이 버려지는 것이지요."